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만·당뇨·심장질환 등 만성 질환을 가진 외국인의 이민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새로운 지침을 마련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단순히 감염 위험 여부만 보던 기존과 달리, 앞으로는 미국 내에서 공적 자원을 사용할 가능성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CBS 방송은 지난 6일 “국무부가 비자 담당관들에게 신청자의 건강, 나이, 경제적 자립 가능성을 ‘입국자격 박탈 사유’에 포함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공적 부담(public charge) 규정을 사실상 되살리는 조치”라고 보도했다.
기존에도 비자 신청자는 결핵, 홍역, B형 간염 등 전염성 질환 검사 및 예방접종 이력을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지침은 감염성 질환을 넘어 비감염성 만성질환까지 심사 범위에 포함시킨 것이다.
CBS 뉴스는 이번 정책이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고, 합법적 이민도 최대한 줄이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한다.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을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차단하려는 정책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이번 지침은 신청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건강 상태까지 함께 평가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만성질환자나 장애인이 있어 신청자가 안정적인 직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비자 발급이 거부될 수 있다.
국무부는 비자 담당관에게 “신청자가 정부의 지원 없이 치료비를 스스로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침이 즉시 적용될 경우, 대부분의 이민 비자(영주권) 신청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10%가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심혈관질환은 세계 사망 원인 1위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질환을 이유로 입국을 제한한다면, 수많은 지원자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비만’은 국가·문화마다 기준이 다르고, 단순 체형만으로 건강 상태를 단정할 수 없음에도 비자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논쟁을 부른다. ‘앞으로 어떤 의료비가 발생할지’에 대해 비전문가가 임의로 판단할 수 있어 자의적·편견적 심사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
이민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비이민자와 저소득층을 배제하려는 트럼프식 반이민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며, 시행 즉시 행정 혼란과 인권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무부는 이번 지침 시행 시점과 구체적 절차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