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타이한국국제학교 
옌타이한국국제학교 

중국 옌타이한국국제학교는 올해 특별한 1학년 신입생으로 구성되었다. 입학생의 절반 이상은 유아교육 경험 없이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한 학생이고, 역시 절반 이상이 한국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한·중 다문화 가정 학생이다. 이러한 현실은 옌타이만의 특이 사례가 아니다. 병설유치원이나 한국형 유아교육기관이 없는 다수의 재외한국학교가 공통으로 직면한 구조적 문제다. 이는 해외에서 성장하는 우리 학생들의 유아교육 접근성이 구조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현재 옌타이를 포함한 몇몇 재외지역에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유아교육기관이 사실상 없다. 현지 유치원 적응이 어려운 학부모들은 결국 자녀를 유아교육기관에 보내지 못한 채 초등학교 입학시기를 앞당길 수밖에 없다. 심지어 2년이나 앞서 조기 입학을 문의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조기 입학의 확산은 단순한 준비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다수의 학생이 사회성, 정서 발달, 기초학습 능력 등 유아기에 반드시 형성되어야 할 핵심요소를 갖추지 못한 채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유아기의 교육 격차는 초등학교 이후의 학업 성취, 또래 관계, 자존감, 정체성 형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며, 해외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이는 더 큰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옌타이한국국제학교 학생의 40% 이상이 한국-중국 다문화 가정의 자녀다. 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어 구사가 어렵고 한국문화 경험이 부족하다. 정체성 형성과 언어 발달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에 한국어·한국문화 기반의 교육을 접하지 못한다면, 이는 학교 입학 후 언어적 어려움, 정서적 혼란, 사회적 위축으로 이어지기 쉽다. 다문화 학생이 다수를 차지하는 재외한국학교의 현실을 고려할 때, 유아기 정체성 교육의 공백은 개별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며, 교육의 기회균등은 국가가 실현해야 할 의무이다. 그러나 현재 많은 재외 한국 학생들은 유아교육을 선택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곧 교육기본권의 공백, 즉 국가 책임의 사각지대를 의미한다.

교육은 곧 국가 경쟁력이며, 해외 한국 교육의 수준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 국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을 하고,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학생들의 교육기본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해법은 명확하다. 정부가 책임지고 유치원을 설립하고, 전면적인 무상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무상교육은 단순히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유아교육 접근성 보장, 조기 입학 악순환 해소, 다문화 학생의 정체성 교육 실현, 교육격차 예방, 헌법적 권리보장이라는 다층적 의미를 지닌다.

공공의 유아교육기관이 설립되면 옌타이를 비롯한 전 세계 재외 한국 학생들이 언어·정서·사회성 발달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돕는 기초가 마련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재외동포 사회의 안정, 재외한국학교 교육의 질 제고, 국가 이미지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지금, 정부가 재외한국학교 유치원 설립과 유아·초등 무상교육 전면화를 추진하는 것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단지 교육정책의 확장이 아니라, 해외에 있는 또 다른 대한민국 국민에게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온전히 돌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전 세계 재외한국학교 학생들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해외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교육 기회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는 대한민국,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국가의 모습이다.

 

글쓴이: 이낙종 옌타이한국국제학교장 / 교육학박사, 전 강원도교육연구원장 

※ 이낙종 박사는 강원도교육청에서 정책기획담당 장학관과 강원도교육연구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옌타이한국국제학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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