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위 재외기자
임용위 재외기자

한가위는 조상과 부모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진하게 깃든 명절이다. 호치민에서 맞이한 이번 풍성한 한가위는, 특별히 내 마음에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노인회관에서 열린 추석맞이 차례상 행사에 참여하며, 그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 그리고 베트남에서 한인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살아온 나는, 늘 노인회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순한 취재대상을 넘어, 노인들과 하나 되어 진심으로 그분들을 공경하는 마음을 느끼게 해줬다. 노인회 행사에 참여하며 나는 비로소 ‘진짜 노인’이 되어, 그들의 관심과 존경을 받고 있음에 행복을 느꼈고, 이는 내 삶의 큰 의미이기도 했다.

한인 커뮤니티가 베트남 정부의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자리 잡기 힘든 현실 속에서도, 호치민 노인회가 '희망의 등불'이라는 사실은 절대로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지금의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어릴 적 세계대전, 일제 강점기, 그리고 사상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살아온 분들이라는 사실을 오늘 명절날만큼은 가슴에서 우러러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들은 우리 민족의 굳건한 의지와 희생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구었다. 그들은 광복 이전의 암울한 시기를 겪으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몸 바친 분들이다. 일제 강점기, 해방 후의 혼돈, 그리고 6.25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며, 조국과 민족의 재건을 위해 일생을 헌신했다. 이러한 역사의 무게를 지니신 그분들이 지금은 고단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 사회는 전통적 윤리인 경로효친 사상이 희미해지고 있다. 개인주의와 경쟁이 팽배하면서, 많은 노인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무관심과 외로움 속에 고통받고 있다. 특히, 핵가족 시대의 도래는 노인들이 존중과 돌봄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이민 사회에서는 그 빈자리와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노인 복지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노년의 삶이 존중받고 행복한 시대를 만들기 위해 더 나은 지원과 관심을 제공해야 한다. 기다림과 희생의 역사를 품은 어르신들께, 이제 우리가 진심으로 존경과 사랑을 돌려야 할 때다.

추석날, 나는 한복을 입고 호치민 노인회관에 섰다. 회원으로 등록하며, 어르신들 곁에 함께하는 기쁨을 누렸다. 내 재능인 캘리그라피로 노인 한 분 한 분의 이름과 의미 깊은 말을 새기며, 진심을 담아 이름을 써드렸다. 그분들이 흐뭇하게 웃으며 받으실 때, 내 마음 또한 따뜻한 감동으로 채워졌다.

그날의 풍경은 잊을 수 없다. 새벽부터 직접 부친 전과 갈비를 준비하는 회장님, 정성스럽게 봉사하는 노인회원들의 모습은,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진정한 헌신 그 자체였다. 그들의 땀방울은, 그 어떤 값비싼 보석보다도 찬란하게 빛났고, 나는 이날 대한민국의 위대함과 정신적 가치를 다시 한번 느꼈다.

이 모든 순간들이 그저 한가위의 풍성함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전통과 헌신의 정신이 깊이 살아 숨 쉬는 증거임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우리는, 어르신들의 희생과 사랑을 기억하며, 그들이 당당히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겠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모두가 어른들의 헌신에 감사하며, 그 아름다움을 지켜나가기를...

호치민 노인회 차례상 잔치의 풍경. 새벽부터 직접 부친 전과 갈비를 준비한 주옥자 회장(가운데 한복차림의 여성)과 정성스럽게 봉사하는 노인회원들의 모습은,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진정한 헌신 그 자체였다.
호치민 노인회 차례상 잔치의 풍경. 새벽부터 직접 부친 전과 갈비를 준비한 주옥자 회장(가운데 한복차림의 여성)과 정성스럽게 봉사하는 노인회원들의 모습은,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진정한 헌신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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