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ICE가 불법이민자 단속을 위해 급습한 미 LA 자바시장 내 도매 의류업체 앞.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ICE가 불법이민자 단속을 위해 급습한 미 LA 자바시장 내 도매 의류업체 앞. [사진=연합뉴스]

미 이민국의 마구잡이식 불법이민자 단속에 저항해 히스패닉계를 중심으로 LA에서 사흘째 시위가 이어지면서 주방위군과 무력충돌까지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시간 9일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미 언론인인 황덕준 씨(미주헤럴드경제 대표)는 6월9일 오후(현지시간 8일 밤) 본지와의 통화에서 “월요일인 내일 세계 5위 규모의 의류시장인 이곳 자바시장에서 이민자 집회가 예정돼 있어 주방위군과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이날 큰 충돌없이 지나가면 시위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외신 등을 통해 한국에서 우려하는 것에 비해 시위 규모가 크지 않고 현지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황 씨는 덧붙였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의 승인도 없이 주방위군을 투입하면서 사태를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LA사태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지난주 금요일(현지시간 6일) LA ‘자바시장’(Jobber Market) 내 최대 의류업체로 한인이 운영하는 ‘앰비언스 어패럴’(대표 노상범, 미국명 애드 노)을 급습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ICE의 표적이 된 해당 의류업체는 연 매출이 대략 5억 달러(한화 약 6780억원)에 달하는 대형 의류업체로서, 다른 의류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중남미계 히스패닉이 종업원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황 씨는 “이날 ICE가 불법이민자로 의심되는 앰비언스의 히스패닉계 종업원 14명을 수갑을 채우고 체포해 가면서, 이를 지켜본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항의 시위가 촉발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ICE 요원들이 (조용히 영업하고 있는) 업체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최루탄을 쏘는 등 불필요하게 긴장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면서 “LA는 인구의 55%가 히스패닉계로서, 이같은 이민국의 단속태도에 감정적으로 자극을 받은 히스패닉계가 시위에 참여하면서 예기치않은 사태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이번 LA 불법이민자 단속의 타깃이라고 황 씨는 전했다. 이에 “사실상 시위 규모는 대략 500명 정도, 많아야 1000명이 안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의 승인도 거치지 않고 전쟁 등 비상시에나 가능한 주방위군을 투입하면서 사태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LA 현지 익명의 한 동포는 “히스패닉계로 보이면 마구 잡아갈 정도로 무자비하게 단속을 벌이고 있다”면서 “캘리포니아주와 이곳 LA는 민주당 텃밭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미운털이 박힌 곳”이라는 말로 이번 불법이민자 단속이 지나치게 강경하게 또 무리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LA 도심의 연방 구금시설인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 앞 대로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미국 LA 도심의 연방 구금시설인 '메트로폴리탄 디텐션 센터' 앞 대로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에 현지 한인사회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바시장에서 시작된 ICE의 불법이민단속이 LA 학교와 식당가로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학교와 식당 등지서 일하는 불법이민자들(범죄경력자 포함)이 단속대상으로, 특히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인들의 경우 ICE 단속이 예고되면서 종업원을 구하기가 힘들어진데다,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긴 상태여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ICE는 지난달 워싱턴에서 이미 100곳이 넘는 식당을 상대로 불법이민자 단속을 벌인 바 있다.

미국 레스토랑 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식당 근로자의 5분의 1 이상이 외국 출신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식당이 고용하고 있는 미등록 이민자가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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