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위 재외기자
임용위 재외기자

최근 휴스턴 한인사회가 강연회 현장에서 보여준 열광적 장면은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특정 인물을 신주단지 모시듯 추앙하며 강연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 열기 속에 감춰진 또 다른 그림자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 집단적 열광이 단순한 정치적 성향의 표현이라면야 문제될 게 없지만, 문제는 그 분위기가 지역사회 전체의 가치와 의식 구조를 사실상 하나의 색으로 물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세상과 단절된 듯, 과거의 향수와 왜곡된 신념 속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윤어게인”을 외치고, 계엄과 내란의 역사적 책임을 부정하며, 부정선거를 사실로 단정짓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휴스턴 한인사회의 공론장은 더욱 왜곡된다.

하지만 이 상황을 단순히 ‘3만5천명 휴스턴 한인 전체의 현실’로 일반화하는 것은 부당하다. 문제의 핵심은 사회 전체가 아니라, 한인사회를 이끌고 있다고 자임하는 소수 리더층의 태도와 영향력에 있다. 그들은 커뮤니티 내의 주요 단체를 장악하며 목소리를 독점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시각에 반대하는 이들이 사실상 ‘사회적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객관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비정상’으로 낙인찍히고, 합리적인 문제 제기는 ‘배신’으로 몰린다. 그렇게 형성된 공포의 문화는 결국 건강한 공동체의 숨통을 조인다. 이 구조 속에서 많은 한인들이 “괜히 말해봤자 불이익만 돌아온다”는 체념 속에 살아가고 있다.

휴스턴 한인사회는 미국 내에서도 오랜 이민 역사를 가진 대표적 지역사회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닫힌 세계관과 특정 집단 중심의 사고가 지속된다면, 한인사회는 더 이상 외부 세계와 교류하지 못한 채 ‘스스로 고립된 섬’이 될 것이다.

공동체는 언제나 다양한 생각과 비판 속에서 성장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열광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다. 한인사회가 다시 건강한 민주적 토론의 장으로 회복되길 바란다. 침묵하는 다수가 용기를 내야 하고, 리더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이며, 미래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동체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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