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위치한 캠퍼스에 약 1000명의 직원을 이전시키며,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이전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규모 투자와 연계된 것으로,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테일러경제개발공사(Taylor Economic Development Corporation)는 최근 링크드인 게시물을 통해 “삼성 오스틴 반도체가 이달 말까지 직원들을 새로운 6층 오피스 건물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두 분기 동안 약 1000명의 직원이 공식적으로 캠퍼스로 이동하며, 지역사회에 새로운 에너지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캠퍼스는 약 1200에이커, 즉 여의도 면적의 약 1.7배에 달하는 크기다. 이곳은 오피스동, 제조 시설, 유틸리티 설비, 물류동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제조 팹 내부는 이미 첨단 ‘훅업’ 공정에 진입해 있다. 훅업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가장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단계로, 장비 연결 및 배선 작업 등 핵심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와 함께, 테일러 팹의 건설을 마무리하고 연말부터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삼성은 2025년까지 인공지능용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여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공장의 핵심 고객사인 테슬라는 이미 공식 SNS를 통해 “삼성전자의 최신 공정을 활용해 테슬라에 필요한 AI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공개했으며, 양사는 지난해 8년간 약 165억 달러(한화 약 22조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테슬라 물량을 매우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첨단 공정에서 제조 노하우를 쌓는 한편, 미국 내 다른 고객사 유치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삼성은 2021년 11월,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하여 차세대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는 미국 내 최대 단일 투자 중 하나였다.
한편, 테일러를 중심으로 한 지역은 한국 기업을 위한 산업단지 ‘그래디언트 테크놀로지 파크(GTP)’가 조성되면서, 북미 제조와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산업단지는 삼성전자의 2025년 가동 예정인 반도체 공장과 차량 10분 거리의 위치에 있으며, 다양한 한국 기업들이 인허가, 인프라, 물류 등 원스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K-산업 플랫폼’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수차례 만나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텍사스·오스틴은 법인세 혜택과 지방정부의 친기업 정책으로 유망한 비즈니스 환경을 갖추고 있다. 텍사스는 법인세가 없고, 영업세는 최대 1%로 낮으며, 다양한 재정적 지원도 마련되어 있다.
윌리엄슨 카운티의 스티븐 스넬 판사는 “한국과 텍사스, 특히 오스틴은 강력한 경제 협력의 기회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양국 간 협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기지 확충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대규모 이전과 투자 행보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굳히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와 산업생태계 구축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으로의 행보와 성과를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