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쿄, 해상자위대 환영 행사 홍보물에 욱일기 노출
 분쿄, 해상자위대 환영 행사 홍보물에 욱일기 노출

브라질 일본 문화복지 협회(분쿄·Bunkyo)를 비롯한 5개 일본계 단체가 최근 일본 해상자위대 훈련함대 환영 행사를 공동 주최하는 과정에서 욱일기 사진을 홍보물에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주상파울루 일본 총영사관도 행사 영상을 올리며 욱일기 이미지를 노출해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욱일기는 일본의 정식 국기인 일장기와 달리,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전쟁과 반인륜적 범죄를 상징하는 ‘전범기’로, 한국과 중국 등 피해국 국민에게는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이 깊은 역사적 상처를 상기시키는 상징물이다.

브라질 내 동아시아계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논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아마렐리튜드(amarelitude)’는 즉각 비판 성명을 냈다. 이들은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이라며 “주상파울루 일본 총영사관이 한국, 중국, 필리핀, 대만, 오키나와 커뮤니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무시하려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브라질-일본 수교 130주년을 기념한다면서 일본계 브라질인들조차 부끄러워하는 자국 역사의 치부를 찬양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제국주의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과거 범죄를 미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동아시아계 계정 ‘아마렐리튜드’, 비판 성명 발표
 브라질 동아시아계 계정 ‘아마렐리튜드’, 비판 성명 발표

브라질 한인회에서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김범진 한인회장은 호베르투 요시히로 니시오 분쿄 회장과 직접 만나 욱일기의 역사적 배경과 그것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주는 고통을 설명하고 게시물 삭제를 정중히 요청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니시오 회장은 처음에는 사안의 민감성을 인지하지 못했으나, 설명을 들은 뒤 문제를 이해하고 “게시물을 삭제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분쿄 홍보 부서의 반대로 삭제는 무산됐다. 홍보 부서는 해당 비판을 분쿄에 대한 ‘반대 세력’의 공격으로 규정하고, 게시물 삭제가 이들에게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셈이다.

이에 한인회는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대화 채널을 열어두는 동시에 분쿄 내부 회원 및 현지 인플루언서들을 상대로 욱일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범진 회장은 “우리의 주된 목표는 욱일기 사용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라며 “올바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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