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베트남 한국 개봉관에서 만난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기대가 크지 않았던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작품이었다. 그동안 접했던 가족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섬세함과 현실감으로, 필자의 가슴속 깊은 곳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베트남에서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보다도 진솔한 감성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의 문화적 터전 속에서 피어난 이 작품은, 서로 다른 배경이지만 결국 가족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얼마나 강력한 힘인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 레티한이 중심에 서서, 그를 돌보는 아들 환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자연스러운 인간미는 관객에게 애절한 울림을 선사하며, 동시에 삶의 무게와 희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신파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슬픔과 찬란한 가족애를 균형 있게 풀어낸 감독 모홍진의 섬세한 연출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의 작품은 "가족을 품는 것은 우주를 품는 것과 같다"는 그의 메시지를 통해, 가족이 지닌 끝없는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용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배우들의 연기도 큰 강점이다. 베트남의 국민엄마 역을 맡은 홍다오는 치매 증상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강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뚜언 쩐의 환은 가난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정일우는 한국에서 결혼한 엄마와의 추억을 통해, 가족이 주는 희망과 사랑의 진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은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와 감동을 배가시킨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전달하는 감성은 단순한 가족이야기를 넘어 인생과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로 확장된다. 느리지만 정감 있게 흘러가는 스토리 속에서, 소박한 일상과 따뜻한 인물들의 연기는 독립영화의 정서를 떠올리게도 한다.
영화는 사회적 제약과 어려움 속에서도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가족의 소중함과 희망을 깊이 새겨준다. 이 작품은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가족에 대한 기억을 일깨우고, 희망을 품게 해주는 값진 선물이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단순한 가족 영화 그 이상이다. 이 작품은 우리 모두의 삶 속에 존재하는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하며, 두 나라 영화의 무한한 가능성과 긍정적 메시지를 보여준다. 118분의 감동과 여운은, 충분히 오랫동안 가슴 깊이 자리잡아,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상기시켜줄 것이다.
특히, 베트남에 정착하거나 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강력히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깊은 감정을 되새기게 하는, 따뜻하고 소중한 영화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