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가치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2025년 5월 13일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사우디-미국 포럼 무대에 올랐을 때, 청중을 향해 중요한 발언을 했다. “위대한 사우디는 사우디인의 손으로, 아랍의 문화로 세워졌습니다.” 이 말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인식을 나타내는 선언이었다. 즉, 사우디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결코 자신의 유산을 버리지 않았고, 정체성을 벗어던지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사우디가 일관되게 지켜온 원칙, 즉 “가치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확고한 메시지를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사우디 민족의 가치와 관습, 전통을 존중하는 것은 신뢰를 구축하고 파트너십을 지속시키는 필수 조건임을 천명한 것이다.
제46대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이 미국의 입장에서 ‘가치’ 문제를 꺼냈을 때, 무함마드 븐 살만 왕세자는 분명히 말했다. “각 나라마다 고유한 가치가 있으며, 그것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가치란 외부에서 강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정치적 담론으로 환원되어서는 안 된다.” 바이든과 트럼프에게 동일한 문제를 제기한 사우디는 일관된 메시지를 세계에 전하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사우디가 주권,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독립적인 결정을 강조한 것이다.
사우디와 미국 간의 협력
금년 트럼프는 8년 만에 리야드를 방문했으며, 이는 90년 넘게 지속된 양국 관계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트럼프는 사우디의 놀라운 발전을 목격했고, 이번 방문은 테러와의 전쟁, 경제, 사회 변화,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포함하는 양국간 동맹을 정점으로 올려놓았다고 사우디언론은 전한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나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기에는 사우디가 바라는 수준의 관계를 이루지 못했는데 그 당시 사우디는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 그 시기를 견뎌냈다.
첫째는, 미국 대통령이 가진 역량의 범위 안에서 최소한의 협력과 상호 이해를 유지함으로써 대미 관계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게 한 것이다. 둘째는, 대미 관계에서 경제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이견이 있는 지역적 사안들 특히 테러 문제, 이란 문제, 예멘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유보하는 전략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중동 지역 전체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 주었다.
사우디, 시리아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
트럼프는 금번 사우디 방문 중에 사우디와의 관계에만 국한된 연설을 하지 않고, 중동의 주요 현안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우디의 경제적 발전과 변화들을 칭찬하면서 “어떤 사람들은 사막을 농장으로 바꾸었지만, 이란은 농장을 사막으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리아와의 단절을 끝내고 시리아 제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븐 살만의 의견을 듣고, 단순히 경제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2012년 이후 끊긴 미국과 시리아 간의 외교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가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것은 무함마드 븐 살만이 주도한 외교적 중재의 성과이었다. 그 내면에는 이란-이라크- 시리아-레바논-하마스-예멘의 후시로 이어지는 시아 벨트를 끊어보고 싶은 순니파 사우디아라비아의 오랜 소망이 있었다.
이로써 10년 넘게 제재와 봉쇄에 시달려온 시리아에 새로운 경제 회복의 창이 열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시리아 경제 성장의 동력을 회복하고, 통화 및 금융 안정의 일부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가 주도하는 걸프 국가들로부터의 투자 유입이 병행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본다. 지난 12년 동안, 미국의 대(對)시리아 제재는 시리아 경제를 마비시키는 주원인이 되었었다.
사우디는 미국과 파트너십을 원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리야드와 워싱턴의 관계는 단순한 이해관계나 변동하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고 사우디인들은 말하면서 그 관계는 끊임없이 갱신되는 파트너십이었다고 했다.
사우디의 정치·경제적 활력 속에서, 리야드의 야망은 자국의 지역적·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아랍 및 이슬람 주변국들을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공고히 하고자 하였다.
사우디 언론인 자이드 븐 카미는 『알샤르크 알아우사트(Al-Sharq Al-Awsat)』 신문에 실린 「트럼프의 눈에 비친 사우디의 가치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지를 구걸하지 않았고, 누구의 지시를 기다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만의 언어와 주권적 논리로 동맹을 구축하고 세계 속에서의 위치를 재정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우디의 외교적·정치적 일관성 속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여전히 아랍 이슬람국가의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사우디가 만나는 모든 주요 외교 상대들에게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립과 '두 국가 해법'이 평화의 필수 조건임을 재확인해 주고 있다.
아랍 무슬림, 전례 없는 지정학적·사회적 변화
그런데 오늘날 아랍 무슬림들은 “타인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고결함을 주장하는 행위”가 많아지면서 이런 개념을 함축하는 의미로써 알이스티쉬라프(al-istishraf)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타인에 비해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드러내는 행위(al-istishraf)는 트위터 사용자들이 새로운 의미로 사용하는 개념인데 이 단어는 명예를 중시하는 아랍인과 아랍 전통에서 나온 말이다. 이 개념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것을 경멸하며 비판한 뒤,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더 고결하고 우월하다고 여기는 것을 가리킨다.
아랍 국가든, 단체든, 혹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든 스스로를 가장 고귀하고 순결하며, 이슬람이 주장한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위치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자신들과 다른 이들을 배제하고, 타자를 몰아내며, 자신과 다른 이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아랍어 용어 “알이스티쉬라프”는 단순히 사회적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적인 맥락에서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다른 나라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비난할 때(예, 알자지라 TV), 이는 ‘알이스티슈라프’라고 표현된다. 즉, 자신이 가진 문제를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이나 다른 단체나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위선적 태도를 말한다. 또 다른 예로는, 종교적 덕성과 도덕적 우월성을 주장하며 자신을 종교적 가치에 충실한 존재로 내세우는 무슬림들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들이 주장하는 가치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보이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소셜미디어의 사용자들은 이들에게 가차 없는 비판을 가하는데 이런 현상이 SNS에 자주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