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이 특별한 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시민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인동포 가정들은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절대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소중한 명절이다. 미국의 전통 명절임에도, 이 날은 마치 고국의 추석처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성껏 차린 풍성한 음식들과 함께 지난 한 해의 수고와 결실에 감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이민사회가 치열한 경쟁과 빠른 변화 속에서도, 하나님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마음, 또는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풍경은 이 날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어떤 이들은 신앙이 아니더라도, 오늘 이 순간에 감사하며 가족들이 한 마음으로 모인 이 순간이 따뜻하고 의미 있게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며, 가족과 기쁨을 나누는 날
1620년 8월 5일, 종교적 자유를 갈망한 102명의 청교도들이 영국을 출발해 새로운 희망의 땅, 북미대륙을 향한 항해를 시작한다. 하지만 배가 고장 나며 한 차례 귀항했던 그들의 도전은, 이후 한 달 만인 9월 6일 다시 출발하여, 전쟁과 역경을 딛고 3400마일의 대서양을 가로질러 1620년 11월 11일 케이퍼카드 해안에 도착했고, 11월 16일에는 최초의 정착지인 플리머스로 발을 디뎠다.
이들의 여정은 단순한 이주를 넘어, 자유와 새로운 삶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긴 절실한 시작이었다. 첫 해 혹독한 추위와 질병 속에서도, 1621년 첫 수확을 마치며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원주민 친구들과 함께 옥수수, 칠면조, 호박파이 등을 나누며 수확의 기쁨과 공동체의 연대를 기념했다. 이후, 1623년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서는 책임행정관 윌리엄 브래드포드에 의해 정식으로 ‘추수감사절’이 선언된다.
미국 초대 대통령의 뜻과 전통의 자리매김
1789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추수감사절을 국가적 기념일로 최초로 선포하며, 감사의 의미를 국민과 함께하는 날로 자리잡게 했다. 이후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이 날을 11월 마지막 목요일로 정했고, 1941년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은 연휴를 좀 더 긴 기간으로 확장하려 시도했으나, 오늘날의 네 번째 목요일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연휴는 농작물의 성취를 기념하며, 가족과 이웃이 모여 옥수수, 크랜베리, 호박파이, 칠면조 요리 등 전통 음식을 나누는 시간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잡아 왔다. 매년 4600만 마리의 칠면조가 이 특별한 날에 소비되며, 크랜베리 소스 역시 5분의 1이 이 시기에 탄생한다는 사실은 현대의 풍경이기도 하다.
‘위시본(Wishbone)’ 풍습과 희망의 상징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더하는 특별한 전통, ‘위시본(Wishbone)’ 부러뜨기 풍습이 있다. 이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이어진 것으로, 닭을 신성시하던 전통에서 유래했다. 16세기 영국에서도 유행하던 이 풍습은, 나중에 추수감사절에 먹는 칠면조의 Y자 모양의 가슴뼈를 부러뜨리며 ‘행운’을 빌았다.
이때 더 큰 조각을 가진 사람이 소원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이 깃들었으며, 이 풍습은 미래에 대한 희망, 새해의 시작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에는 목걸이 등으로 디자인되어, 희망과 새 출발의 상징으로 사랑받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연말 쇼핑의 시작, 그리고 희망의 쇼핑열기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이윽고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가 찾아온다. 이 명칭은 1863년 링컨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로 정하며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된 이후 발전해왔다.
이 날은 연중 가장 큰 할인 행사가 펼쳐지는 날로, 최대 90%까지 할인하는 곳도 있어 소비자들의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소매업체들이 연간 매출의 70%를 이 날의 판매로 채우며, ‘흑자전환(Black ink)’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쇼핑의 기쁨과 기대가 가득한 날로 자리 잡았다.
2005년부터는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라는 온라인 할인 축제도 더해져,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연말 선물을 미리 준비하는 풍경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미국 각지에서는 추수감사절 다음날 열리는 화려한 퍼레이드와 행사가 미국인의 연말 준비를 돕고 있으며, 특히 각 도시에서 베풀어지는 다운타운의 퍼레이드는 유럽 이민자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시작됐던 전통으로, 지금은 미국 대표적 명절 행사로 자리매김하였다.
희망과 감사의 기억, 그리고 새 시작을 꿈꾸는 날
이처럼 추수감사절은 단순한 명절을 넘어, 수확의 기쁨과 함께 한 해 동안의 노고를 돌아보며 감사와 희망을 품는 특별한 시간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움츠리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희망하는 이들의 마음이 모여, 더 따뜻하고 풍요로운 내일을 꿈꾸게 한다.
어제도, 오늘도, 지금 이 순간도 감사의 마음을 품으며, 누구보다 희망찬 새 출발을 기원하는 이들에게, 추수감사절은 늘 새롭게 다가온다. 앞으로도 이 아름다운 전통이 세대를 넘어 계속 이어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