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첫 월요일, 캐나다는 노동절(Labour Day)을 맞이합니다. 많은 이들에게는 여름의 끝을 알리는 긴 주말이라는 표피 아래, 이 날은 150여 년 전 노동자들이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고 외쳤던 목소리에서 비롯된, 역사적이고도 현재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날입니다.
역사적 기점: 9시간 노동을 향한 외침
캐나다 노동절의 기원은 1872년 토론토 인쇄공들의 파업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하루 12시간을 훌쩍 넘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인쇄공들은 ‘9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노동조합 활동 자체가 불법이던 시절, 파업에 참여한 24명의 조합원이 체포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당시 노동운동이 얼마나 불법적으로 탄압받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당시 토론토 인구가 5만 명도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규모인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이들을 지지했습니다. 시민의 연대는 정부를 압박했고, 결국 존 A. 맥도널드 총리는 노동조합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나아가 1894년, 캐나다는 노동절을 공식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휴일로서의 노동절’은 사실, 19세기 노동자들의 희생과 시민사회의 연대가 빚어낸 역사적 결실인 셈입니다.
오늘의 딜레마: 법과 투쟁 사이에서
그렇다면 21세기 노동절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노동권이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캐나다 노동법 제107조입니다. 흔히 'back-to-work' 법안으로 불리는 이 조항은 정부가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 유지”라는 명분으로 파업을 강제로 중단시킬 권한을 줍니다. 이러한 법적 근거는 파업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정치적 판단과 맞물려 정당성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우편공사 노조는 이 조항에 발목이 잡혀 협상이 장기화되었습니다. 반면 에어캐나다 승무원 노조는 정부 명령을 거부하며 오히려 7시간 만에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이 두 사건은 정부 개입 기준과 법 적용의 형평성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며, 노동계 내부에서도 법적 안정성과 투쟁을 통한 자율성 확보 사이에서 전략적 딜레마를 낳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노동의 과제: 디지털 시대의 노동자
19세기의 노동운동이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물리적 성과를 얻어냈다면, 오늘날의 노동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동의 자율성과 정의를 묻고 있습니다. 특히, 긱 이코노미(Gig Economy)와 플랫폼 노동자의 등장은 기존의 노동법 체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개인 사업자'로 간주되어 종속 관계의 모호성이라는 법적 맹점 때문에 최저임금, 유급 휴가, 산재 보험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의 문제는 캐나다만의 것이 아닙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동일하게 직면하고 있는 보편적인 사회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끝나지 않은 노동의 정의
노동절은 과거를 기념하는 기념일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회적 질문을 던집니다.
“노동은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나은 노동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노동절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 질문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캐나다 사회뿐만 아니라 인류 모두가 풀어야 할 끝나지 않은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