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철주 조리명장
왕철주 조리명장

조리사라는 직업은 늘 ‘정확함’과 ‘위생’,그리고 ‘완성도’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나에게 한강에서 먹는 라면은 꽤 이상한 존재다. 조리법은 단순하고, 스프는 공장에서 만들며, 국물 맛은 날씨와 환경, 분위기에 따라 변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맛있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에 남는 맛’이다.

그럼에도 이 한강의 라면 문화가 영원히 사랑받으려면 몇 가지 조리 과정이 더 필요하다. 위생, 다양성, 소개 방식까지. 음식도 문화도 끓을 땐 거품도 뜨니까. 조리사의 눈으로 그 국물 맛을 한번 진단해본다.

라면은 간편하고 저렴한 음식이다. 하지만 한강에서 먹는 라면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는 음식 그 이상이다. 도시 풍경, 강바람, 돗자리의 낭만이 함께 어우러져 라면 한 그릇이 ‘경험’이 되고, ‘기억’이 된다. 조리사인 제 눈에는 그 장면이 놀랍고도 흥미롭다. 정해진 레시피도 없고, 접시도 없이 종이컵에 끓이는 라면인데도, 사람들은 환하게 웃으며 “진짜 맛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라면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선 그 뒤의 조리 과정도 필요하다. 라면은 끓는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선, 위생 문제다. 공용 라면포트는 훌륭한 시스템이지만, 사용 직후 정리되지 않은 조리 공간은 다음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손소독기 비치, 간단한 정리도구, ‘사용 후 정리 시 할인 혜택’ 같은 유도장치가 있다면 상황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요리는 청결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주방의 철칙이기도 하다.

다음은 쓰레기 처리 문제다. 컵라면 용기, 젓가락, 스프 봉지, 심지어 버리지 못한 국물까지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잔디밭에 국물을 붓는 장면은 조리사로서 정말 안타깝다. 국물 전용 배출통이나 분리수거 키트, ‘한강라면 키트’와 같은 패키지 상품이 등장한다면 환경 문제도 해결하면서 사용자 경험까지 더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메뉴의 다양성도 고민할 시기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종종 묻는다. “라면 외에 다른 건 없나요?”, “고명은 따로 없어요?”라고. 라면의 개성과 풍성함을 보여줄 수 있는DIY 토핑 코너나 계절별 콘셉트 라면 메뉴를 편의점에서 제공하면 한강라면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문화 콘텐츠로 진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멋진 문화를 외국인에게 어떻게 소개할지도 중요하다. 라면을 직접 끓이고 먹는 과정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거나, 한강의 라면 명당을 알려주는 다국어 지도, 나아가‘한강라면 주간’ 같은 푸드 페스티벌까지 기획할 수 있다면 라면은 한국의 거리 음식에서 세계적인 도시 경험으로 확장될 것이다.

결국, 한강 라면은 그 자체로는 미완성 요리다. 누구든 손쉽게 만들 수 있지만, 그걸 더 나은 문화로 끓여내기 위해서는 작은 디테일들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한강에서 라면을 끓이고, 사진을 찍고, 웃고 있을 것이다. 조리사로서 저는 바라고 있다. 그 라면이 단순히 맛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시스템 속에서, 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기를.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라면 #왕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