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텔아비브 중심가의 노상 바에서 여유를 즐기는 현지인들의 모습. [뉴욕타임스]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심가의 노상 바에서 여유를 즐기는 현지인들의 모습. [뉴욕타임스]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AI강국’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심지어는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정상급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특히 엔비디아, 구글 등 빅테크들도 현지에서 AI관련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오픈AI 공동창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샘 앨트먼과의 ‘AI 안전’을 둔 노선 차이로 퇴사한 일리야 수츠케버도 최근 ‘안전한 AI’를 모토로 창업한 SSI의 텔아비브 지사를 두기로 했다.

현재 이스라엘 AI 기업 숫자는 약 2300개에 달한다. 이스라엘 내 테크 기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비중이다. 또 이스라엘 내 AI 기업의 60% 이상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다. 인구 1000만명이 안 되는 나라치곤 엄청난 숫자다.

이는 무엇보다 이스라엘이 갖고 있는 넉넉한 ‘고급인재 풀’ 덕분이다. 특히 고급 인재 밀집도에서 세계 1위로 꼽을 만하다. AI 분야의 수준 높은 인재풀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일리아 수츠케버의 SSI 뿐 아니라, 이미 100개 이상의 다국적 기업들이 이스라엘 인재풀을 활용해 AI 분야의 R&D를 현지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산업기술진흥원에 의하면, 지난 2023년을 기준으로 해당 연도에 설립된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약 50%는 의료, 사이버 보안, 자율 주행 등에 걸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진흥원은 이스라엘을 “세계 10대 AI 생태계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실제로 이스라엘 기업들은 글로벌 AI 100대 기업에 매년 명단을 올리곤 한다. 2021년 6곳, 2022년 4곳, 2023년 3곳, 2024년엔 1개 기업이 순위에 들었다.

또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라엘의 AI 관련 투자액은 3억 5000만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무려 12.5배나 증가했다. 2021년 이스라엘 AI 투자자는 2014년에 비해 2배 증가했다.

이스라엘의 AI 산업과 기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매우 높다. 2024년 초, 구글은 “4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이·하마스 충돌로 어려워진 이스라엘 AI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 역시 이스라엘에서 생성AI 클라우드 슈퍼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2024년 들어선 이스라엘 AI 기업인 ‘Run:AI’와 ‘Deci’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LLM 기업인 ‘AI21 Lab’은 시리즈 C 단계에서 구글, 엔비디아, 인텔, 삼성 등으로부터 2억 8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 누적 투자유치액이 3억3600만 달러에 달했다. 또한 이스라엘의 생성AI 시장과 기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생성AI 분야 투자 유치액이 미국 다음으로 높은 국가로 꼽힌다.

2023년 9월 기준으로 생성AI 관련 이스라엘 스타트업 수는 144개에 달한다. 6개월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로부터 8개월 가량이 지난 2024년 5월 기준으로 그 숫자는 다시 238개로 증가했고, 같은 시기에 이스라엘 생성AI 기업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54억 7000만 달러에 달했다.

현재도 인프라, 마케팅, 보안, 소비자 등 다양한 분야의 생성형AI 기업이 출현하고 있다. 특히 헬스케어(9.2억 달러)와 보안(7.8억 달러) 분야의 투자 유치액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의 톱싱어 에덴 골란이 지난 5월 열린 콘테스트 '유로비전 2024'의 무대에 오른 모습. [로이터]
이스라엘의 톱싱어 에덴 골란이 지난 5월 열린 콘테스트 '유로비전 2024'의 무대에 오른 모습. [로이터]

이스라엘 정부도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가 인프라 포럼 ‘TELEM’을 통한 이스라엘 국가 AI 전략을 수립했다. 2020년 이스라엘은 정책기구인 TELEM을 통해, “국가 AI 전략을 수립하고, AI기술 발전과 규제 문제를 의논한다”고 밝혔다.

해당 포럼에서 이스라엘 혁신청, 법무부 등 AI 관련 부처가 협업, 데이터 규제 기준을 설정하고, 데이터 통합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AI 산업과 관련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다수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또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사용하는 ‘AI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약 80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이스라엘 ‘혁신청’은 AI 이니셔티브를 선정, AI 관련 기업과 연구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17개의 AI 프로젝트가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문제점도 없지 않다. 이스라엘 컴퓨터 공학 석사 졸업생의 15%, 그리고 박사 졸업생의 21%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그 때문에 날이 갈수록 이스라엘 내 AI 분야 고급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국가 정책 연구소(SNPI)에 따르면, AI 투자는 활발하지만, 투자성장률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에 비해 2023년엔 투자 유치 규모가 변동이 없다. 미국, 중국 등 각국 정부는 글로벌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장기적인 AI 육성 전략 수립에 소극적이란 점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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