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맑은 하늘 아래, 한국과 UAE의 문화가 만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되었다. 대통령궁 ‘카스르 알 와탄’에서 열린 문화교류 행사 '문화, UAE와 한국을 잇다’는 두 나라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 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를 비롯해 현지 주요 인사, 재계 인물, 문화예술인, 그리고 한류 팬 등 300여 명이 자리했다.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행사 분위기 속에서, 김혜경 여사의 한순간의 눈물이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행사가 시작되자 조수미는 ‘아리아리랑’, ‘그리운 금강산’, ‘환희의 송가’ 등을 선보이며 무대를 압도했다. 대리석 궁전 안에 울려 퍼지는 그의 목소리는 장중하면서도 따뜻했고, 객석 전체가 숨을 고른 듯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조수미 역시 “이 아름다운 곳에서 한국의 노래를 부르게 되어 기쁘다”고 말하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김혜경 여사는 무대의 흐름을 따라 조심스레 감정을 다스리고 있었지만, ‘그리운 금강산’이 절정에 이르자 더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북녘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선율과 조수미의 목소리가 어우러지자, 그녀의 눈빛은 어느새 젖어 있었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여러 번 닦아냈다. 옆자리의 현지 인사가 휴지를 건네는 모습은 그 감동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눈을 감고 차분히 공연을 음미했다. 그의 표정은 차분했지만 집중해 듣는 눈빛과 잔잔한 숨결에서 음악적 울림이 전해졌다. 부부는 서로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같은 음악을 공유하는 순간의 공감이 객석을 따뜻하게 감쌌다.

공연이 끝나자 김 여사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무대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수미와 마주 선 순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 포옹에는 단순한 예우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선화예고 출신인 두 사람은 선후배 사이로, 김 여사는 평소에도 조수미를 ‘선배님’이라 부른다고 알려져 있다. 같은 길을 걸어온 이들이 음악이라는 매개로 다시 만난 순간, 그 감정은 무대 뒤를 채울 만큼 따뜻하고 진실했다.

김혜경 여사의 눈물은 단순한 감동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이 건네는 깊은 울림, 오랜 인연에서 비롯된 따뜻한 정서,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보이지 않는 다리에 대한 응답이었다. 감정은 말보다 앞서고, 눈물은 마음이 먼저 반응할 때 흘러나온다. 그래서 그 순간의 눈물은 과장도, 계산도 없는 순수한 마음의 증거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UAE를 국빈 방문 중인 김혜경 여사가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UAE 문화교류 행사가 끝난 뒤 소프라노 조수미와 포옹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UAE를 국빈 방문 중인 김혜경 여사가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UAE 문화교류 행사가 끝난 뒤 소프라노 조수미와 포옹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우리는 종종 겉으로 보이는 말과 행동에만 집중하지만, 진심은 가장 작은 몸짓에서 드러난다. 하얀 손수건을 건네는 손길, 음악을 들으며 숨을 고르는 표정, 공연이 끝난 뒤 건네는 따뜻한 포옹 같은 순간들. 그런 장면들은 정치적 행사에서 보기 어려운 인간적 깊이를 보여준다. 이날 대통령 부부의 모습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진심의 가치’를 다시 일깨웠다.

음악은 국경을 넘어 마음으로 스며든다. 김혜경 여사의 눈물은 단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문화가 사람을 움직이고 관계를 잇는 힘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조수미의 노래가 만들어낸 울림은 그 자리의 모든 사람에게 전해졌고, 작은 눈물 한 방울이 오히려 큰 울림이 되어 공감의 파동을 넓혔다.

그날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진 노래와 객석에서 흘러내린 눈물은 두 나라의 문화교류 행사라는 외교적 의미를 넘어, 인간적인 감정이 지닌 힘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음악을 통해 이어진 따뜻한 교감,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진심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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