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승소하면서, 당초 약 4000억 원대(2억 달러+이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배상 책임을 피하게 됐다. 이번 판정은 단순히 재정 부담을 줄이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 규제권과 국가 주권을 확인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론스타 사태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65%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외환은행 인수와 이후 매각 과정에서 핵심 실무를 담당한 ‘스티븐 리(한국명 이정환)’는 론스타 사태의 중심 인물이다. 2006년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그는 앞서 2005년 미국으로 도피했고, 검찰은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2023년 3월 미국 뉴저지주에서 체포된 그는 보석금 1000만 달러를 내고 가택 연금과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 조건으로 석방된 상태에서 범죄인 인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법무부는 그가 보석 상태이지만 ‘사실상 구금 상태’라고 보고, 범죄인 인도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송환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스티븐 리가 한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게 될 경우,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가 다시 한 번 주목받을 전망이다.
정부 측에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014~2015년 ISDS(국제투자분쟁) 중재 절차에서 경제관료 출신으로서 증인으로 참여했다. 그는 당시 외환은행 매각 승인과 관련한 정부의 규제 조치와 사실관계에 대해 증언했다.
당시 증언에서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 금융당국의 규제 조치, 절차적 판단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뤘다.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는 한덕수 전 총리가 과거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일하면서 론스타 쪽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던 점을 문제 삼았다. 한 전 총리는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론스타에 개입한 적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또한, 외환은행 매각의 승인 절차를 맡았던 추경호 의원(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과, 매각 시점 제도적 판단을 수행한 전광우,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사태의 주요 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각각 정부 실무 책임자와 제도적 판단자로서, ISDS 중재 과정에서 정부 측 입장을 설명했다.
추경호 의원은 2003년 외환은행 인수 시점에,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근무하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논의 과정에 관여했다. 2012년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에 매각될 때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일부 시민단체는 매각 승인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매각을 지연함으로써 론스타가 더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추 의원 본인은 과거 청문회에서 “대법원에서도 정리된 부분”이라며 새롭거나 불법적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외환은행 매각 시기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했고, 매각 승인 및 대주주 적격성 판단 등 금융위원회 차원의 제도적 결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다.
중재 절차에서 증인으로 참여해, 당시 금융위원회가 매각 절차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매각 승인 심사를 지연한 것이 론스타의 이익을 위한 조치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2012년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에 매각되던 시점에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했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승인 절차 및 규제 판단에 관여한 책임자로 평가된다.
중재 재판에서 정부 측 증인으로 참여해, 승인 지연 및 가격 협상 등에 대해 증언했다.
추경호, 전광우, 김석동 등 세 사람은 외환은행 인수·매각 절차에서 승인 권한과 실무 책임을 가진 금융 당국 요직에 있었다.
이번 판정은 론스타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며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 절차가 ‘국제적으로도 위법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확인한 만큼, 당시 금융당국을 이끌었던 정책 라인에 대한 평가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론스타 사태는 단순한 금융 스캔들을 넘어, 외국 투자자와 국가 간 권력과 책임의 역학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번 정부 승소와 스티븐 리의 체포, 송환 절차는 과거 사건을 정리하는 동시에, 향후 금융 거버넌스와 외국 자본과의 관계 재정립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