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순 상명대 특임교수
장지순 상명대 특임교수

캄보디아는 2001년, 라오스는 2004년에 처음 방문했었으니, 20년이 넘어서, 고향처럼 친근한 곳이다. 현지 친구들도 많다. 이번 캄보디아 뉴스를 접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가장 앞섰다. 특히 뉴스에 나온 대부분의 지역이 캄보디아 대학설립 ODA사업에 참여했을 때, 방문했던 곳이라서 그러하다. 2002년쯤으로 기억한다. 한-일 월드컵의 열풍이 불 때, 캄보디아 정부의 파트너- 지금은 아주 고위직에 있는 친구-와 같이 훌쩍 떠난 곳, 캄보디아 왕의 이름을 붙인 시아누크 빌! 눈부신 해안과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가끔 현지 정부 직원들과 퇴근하자마자 달려갔던 정말 조용했지만, 풍부한 해산물이 많았던 캄폿 해안, 오가는 길에 보였던 프랑스 시절 휴양지인 보코산, 이른 새벽 끊임없이 이동하던 캄보디아 노동자 행렬이 인상깊었던 포이펫.

이런 지역의 어느 곳에 감금되어 자유를 억압당한 채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베트남, 인도 등에서 취업에 속은 청년들이 있었다니, 믿기 어려웠다. 뉴스에 나오는 분위기를 보니, 많이 변한 것 같았다.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내가 알던 캄보디아 같지는 않았다. 그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가? 자주 오가던 프놈펜의 변화 모습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2025년 우리나라의 ODA 총액은 약 6조 5천억 원으로 2010년 OECD DAC 가입 이후 꾸준히 증가해온 결과며, 국제사회에서의 국격을 나타낸다. 지금도 어디선가 나와 같은 전문가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지원하는 국가는 캄보디아, 43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나 증가한 금액이다, 굉장히 예외적인 경우다. 그렇지만, 치안 분야는 2개 사업 6억 3천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캄보디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결과다.

치안분야 ODA는 2014년 시작된 이래 2024년 9월 기준으로 809억 원이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는 몽골의 디지털포렌식 랩 및 마약 수사시스템 구축사업, 베트남 과학수사역량 강화사업 등을,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은 앙골라 치안시스템 지원사업을 했다. 경찰청은 2015년 치안한류센터 설립, 서울국제경찰청장회의 개최 등으로 치안협력을 했다.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 등 중미지역 ‘북부 삼각지대(Northern Triangle)’ 의 범죄와 폭력 개선을 위해 치안 ODA사업을 실시했고, 성과가 좋아, 2차 및 3차 사업으로 연계하여 진행되고 있다.

다시 캄보디아를 보자. 온라인 범죄, 취업 사기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재외국민이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곳이 대사관인데, 캄보디아에서는 결과적으로 현장의 목소리가 본부까지 가는 데 시간이 걸려도 너무 걸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총체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 한-캄 정부대응팀이 구성되었다.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 등 아태 지역 16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공조협의체’도 발족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 한중정상회담, 경주 APEC 선언에서도 논의했다. 이제는 실천이다.

ODA는 해외진출의 마중물이자 국제사회에서 친한 친구를 만드는 일이다. 젠슨 황의 방문으로 우리나라 AI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높다. K-컬처는 말할 것도 없다. AI와 K-컬처를 접목한 새로운 ODA를 재설계할 시점이다. 캄보디아부터 AI와 K-컬처를 고려해서 ‘K-치안역량 ODA모델’을 만들어 보자, 치안ODA를 통해서 국제공조는 물론 재외국민 보호와 관광객 보호, 나아가 국내 치안산업 수출 활성화도, 현지에 있는 한국기업의 참여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연구와 조사를 심층적으로 지속해야 한다. 현지에 익숙하고, 해당 국가의 네트워크가 많은 진짜 전문가를 발탁해서 대사로 임명한다니 반가운 일이다.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ODA는 양국 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 계속 >

 

장지순 상명대 국제개발협력 특임교수, 아시아 비전 포럼 ODA연구소장, KOICA·EDCF·KOFIH 등 기술 전문가, 前 국립캄보디아기술대학설립 사업 컨설턴트

 

저작권자 © 재외동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