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랍 국가의 코로나 19 대응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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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랍 국가의 코로나 19 대응 실상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4.0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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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아랍의 코로나19 관련 공식적인 통계 신뢰가 왜 위험한가?

세계 10억 이상의 사람들이 들여다보는 존스홉킨즈대학의 과학기술시스템센터 온라인사이트에 있는 코로나19 지도에는 전 세계 코로나19의 확진자와 사망자 그리고 완치자가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사이트를 보고 여러 국가의 공식적인 통계를 비교한 후 각국이 이 전염병에 대처한 방식과 효율성 그리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 대한 영향을 확인하려는 시도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통계와 표가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가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첫째는 각국이 각 사례의 숫자를 보고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고, 둘째는 코로나에 대한 검사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존스홉킨즈대학교의 코로나19 지도와 통계가 아랍 각국의 코로나19 확진자의 전체 통계를 정확하게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중동과 아랍의 경우, 실제 코로나19 감염자는 훨씬 더 많은 데 병원과 당국이 검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지 않아서 해당 국가의 코로나 확진자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특히 예멘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적다는 이유로 아랍 국가들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일을 게을리한다면 아랍에 재난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시리아 역시 많은 의사들이 해외로 나가버렸는데, 이렇듯 의료 체계가 붕괴된 시리아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얼마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리비아는 전쟁 중이라 인도주의적 휴전을 하자고 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실질적인 통계는 알 수 없다.

3월 28일자 알샤르끄 알아우사뜨 아랍어 신문에는 ‘이라크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거짓 보도’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라크인들 중의 일부는 사회적인 압박을 의식해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보고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격리 과정을 거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라크인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이라크의 보건 현실이 갖는 정치적-사회적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어서 정부가 원활하게 코로나19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존스홉킨즈의 통계로 실제 중동과 아랍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코로나 19는 재난 수준이 될 수도

세계보건기구 중동지역 사무장 아흐마드 박사는 3월 28일 코로나19에 대한 지역 보고에서  시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5명이고 리비아에서는 1명이라고 했다. 그는 중동과 아랍에서 보건 체계가 허술하고 위험에 더 취약한 국가는 리비아와 시리아라고 했다. 

9년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시리아는 보건 분야에 문제가 심각한데, 2019년 말 공공 병원의 50%만 운영되고 있었고 1차 보건소는 47%만 가동되고 있었다고 했다. 수천명의 보건 담당자들이 망명을 했고, 특히 시리아의 북서부에서는 수백만이 텐트에서 밀집돼 살고 있기 때문에 재난 수준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아랍 각국에 사는 난민들이 정부 의료 사각지대로 바뀔 수 있다. 

리비아의  경우, 치안 부재가 심각하고 정치적 분열, 취약한 보건 시스템이 문제라고 했다. 리비아 내 주민들과 코로나19가 확산된 나라 간의 이동이 잦아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동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집단은 자국 내 피란민, 이주민, 난민들이라고 했다. 이들에게는 보건 케어가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고 코로나19에 대한 지식이 적고 생활 형편이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 감염자에 대한 검사 부족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지에서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적은 것은 검사를 하지 않은 결과이거나 검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제한된 경우라고 하겠다. 중동과 아랍에서 코로나19에 취약한 사람들은 테러 집단과 전쟁 중에 고향을 떠난 피란민과 난민, 이주민들이다. ‘국경 없는 의사회’나 세계보건기구가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충분한 지원은 아니다.

경찰과 군이 통금에 대한 과잉 대응

코로나19에 대처한다고 과잉 통금을 시행한 요르단에서, 3월 24일 빵과 의약품이 필요한 일부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왔는데 요르단 정부는 외출 규정(통금)을 어겼다고 1,600명을 구금했다. 3월 25일부터 통금을 완화해 야채 가게, 기본 생필품 가게, 약국, 생수 가게는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문을 열게 했다. 그러나 이런 가게를 찾는 시민은 걸어서 혼자 가야하고 앞 사람과의 거리가 1.5미터를 넘어야 하며 외출 가능한 사람은 16세부터 60세까지라고 했다. 
 
수단은 3월 25일 코로나19에 대처한다고 4,217명의 죄수를 풀어주었는데 이것은 향후 사회적-정치적인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레바논은 3월 27일부터 저녁 7시부터 아침 5시까지 모든 상가, 슈퍼마켓 그리고 식품을 생산하고 보관하고 판매하는 곳은 문을 닫는다고 했다. 빵가게와 약국, 의약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예외라고 했고, 시민들은 거리나 도로에 나올 수 없다고 했으며 경찰과 군인이 통제를 맡는다고 했다.     

감염의학 전문가들 중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절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내년에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하라고 한다. 따라서 아무리 국경을 봉쇄하고 통금을 한다고 할지라도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세계인들에게 전염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들 

아랍세계는 코로나19의 위기 이전에는 2011년에 시작된 아랍혁명이 있었고 직접적인 원인은 아랍의 정치 체제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아랍의 보건 체제의 한계, 인프라와 행정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랍인들 중에는 세계화가 끝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세계화는 아랍에서 끝난 게 아니다.

코로나19 이후에 예상되는 변화는 첫째, 지식혁명과 테크놀로지 혁명은 아랍이 세계와 분리될 수 없고 세계화가 기존의 영역에서 보건과 전염병 대응 등으로 확대되며 국가 간의 협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게 된다.

둘째, 코로나19 위기 이후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근거한 새로운 사회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그 중에는 SNS의 활동이 강화되고 전통적인 회의 방식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화상 회의가 늘어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 알 수 있듯이 선진적인 방역시스템을 가진 국가들은 적절하게 대처할 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제때에 적절하게 대처한 것은 아니다. 특히 아랍 국가들은 더욱 그러했다. 어쩌면 코로나19가 세계인, 특히 아랍인에게 더 많은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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