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림길 - 코로나19 이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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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림길 - 코로나19 이후 (1)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4.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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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꿔 놓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은 한 때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었다. 지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자가격리와 외출 금지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갈림길에 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도 잠복기에 있다. 한동안 중동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팔에 관한 ‘세기의 거래’에 얽힌 이야기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보자. 

트럼프의 ‘세기의 거래’는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평화안

미국이 지난 3년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를 위한 계획을 ‘세기의 거래(싸프까 알까른)’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제외시키고 이스라엘과 미국 간의 3년간 협의 끝에 이스라엘의 네탄야후에게 미국은 정착촌과 요르단 계곡을 합병하도록 허용했다. 

이슬람 회의기구와 아프리카 연합 그리고 아랍 외교 장관회의에서 ‘세기의 거래’는 국제적인 동의가 없는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거래라서 실효성이 없다고 했고, 결코 이 계획이 실현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는 미-이스라엘 간의 '세기의 거래' 내용이 밝혀진 후 이 거래는 무효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2003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이목을 받아왔던 이슈였지만 세기의 거래가 발표될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의 터널에서 나오기 바로 직전이었고 중국 우한에서 신종 모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의 확산으로 세계의 뉴스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아랍 신문들은 2020년 1월말부터 2월 10일까지 ‘세기의 거래’에 대한 기사와 논평을 연달아 싣고 있었다.

미국 대통령의 평화안은 이스라엘을 우선한 것

올해 1월 28일 미 대통령 트럼프가 이스라엘 총리 네탄야후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세기의 거래를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는 이스라엘이 1967년부터 점령하고 있는 서안의 대부분의 땅을 계속 지배한다는 것과 서안에 있는 대규모 정착촌 단지가 이스라엘 국가에 속하고, 예루살렘 시는 나뉠 수 없으며 또 이스라엘의 통치 하에 둔다는 것이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앞으로 4년간 서안에서 정착 활동을 제한한다는 것을 약속한 것이다. 4년간은 팔레스타인측이 이 계획안을 수용하도록 서로 협상에 들어가는 시기라고 했다. 

그런데 네탄야후가 워싱턴에서 돌아와 이스라엘 땅을 밟기 전에 이스라엘의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요르단 계곡 지역과 서안의 정착촌을 이스라엘 국가에 포함시키는 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팔레스타인국가는 현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예루살렘이란 이름을 갖게 된다는 것이고, 요르단은 이 계획안에 따라 예루살렘의 알악사 모스크를 책임진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이 이 계획안을 받아들이면 100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긴다고 했고 그 결과 빈곤층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측은 첫 단계에서는 항구를 가자 지구에 건설할 수 없고, 그 대신 이스라엘이 하이파 항구와 아쉬두드 항구를 첫 5년 동안 팔레스타인 국가가 수출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치안 요구사항을 지킨 다음에 가자에 항구를 건설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계획안은 181페이지로 돼 있고 제목은 ‘번영으로 가는 평화(알살람 알라 따리끄 알이즈디하르)’라고 돼 있었다.
 
트럼프는 이 계획안이 이스라엘에게는 치안의 안정을 그리고 팔레스타인에게는 그들이 열망한 국가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랍 언론들은 일제히 미국이 네탄야후가 원하는 것을 주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매우 적은 분량을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정말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계획안이 세기의 거래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팔 관계를 아는 사람들이 볼 때 전혀 초점이 안 맞는 제안이고 미국이 이스라엘 우선 정책을 편 것이다. 하지만 30년 전 노르웨이 오슬로 협상에서는 평화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때가 있었다. 

트럼프의 ‘중동 평화안’의 내용

트럼프의 평화 계획안을 보면, 팔레스타인의 국토는 이스라엘 국토 안에서 내륙지방에 해당하는 지역 즉 요르단강 서안지역(북쪽 제닌에서 남쪽 헤브론)이 포함돼 있다. 이 지역은 라말라를 중심으로 하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인데, 이 지역 안에도 이스라엘 정착촌이 들어가 있다. 예루살렘 북쪽에는 7개의 정착촌이 있고 예루살렘 남쪽에는 8개의 정착촌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하마스가 자치하는 가자 지구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다스리는 서안 지역을 연결하는 지하도로가 계획돼 있다. 가자 지구는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에 테크노 산업 지역 그리고 농지와 주택지역 등 두 지역이 연결될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안에서 주요 제안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국경: 요르단 계곡지역과 이스라엘이 이미 점령한 서안 지역의 대부분 정착촌은 이스라엘에게 주권이 있다는 것을 미국이 인정한다. 요르단 서안 땅의 30%가 손실되는 것을 보상받기 위하여 이스라엘은 사막 지역의 땅을 팔레스타인에게 제공한다.

(2) 예루살렘: 히브리인 국가에 예루살렘의 주권을 허용한다. 예루살렘의 북쪽과 동쪽에서 이스라엘 보안 장벽 바깥 지역에 팔레스타인 수도를 허용한다. 

(3) 난민: 히브리 국가(아랍인들이 사용한 용어대로 기록함)와 이전에 갈등으로 주택 소유권을 잃어버린 팔레스타인의 귀국은 허용되지 않는다.

(4) 치안: 이스라엘 보안군이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전체 치안을 맡는다. 
  
위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안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물론이고 모든 아랍 무슬림들이 거부한다고 발표했고, 튀니지와 인도네시아는 별도로 성명을 내고서 이 계획안을 거부한다고 했고, 모로코에서는 2020년 2월 9일 정치인들이 트럼프 평화안 반대 시위를 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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