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에 대한 아랍인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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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19에 대한 아랍인의 대응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0.03.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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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얼마 전 WHO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고 아랍도 그 심각성이 예외가 아니다. 재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리비아에서는 ‘대재난(nawazil kabirah)의 해’가 있었고, 그 때엔 강풍이 불어 리비아의 대추야자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그리고 북아프리카에서는 몇 년간 수백만의 메뚜기가 농작물과 숲을 갉아먹었는데 그 해를 ‘메뚜기의 해(aam al-jarad)’라고 부른다. 그리고 어느 한 해는 어린이 홍역으로 많은 사망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아랍인의 대응

2020년 3월 요르단은 공항과 국경을 닫는 봉쇄정책을 실시했다. 3월 21일 토요일 아침 7시부터 통행금지를 강행했고, 이 규정을 어길 경우, 즉시 감옥에 넣는다고 총리가 공표했다. 긴급 상황 이외에는 아무도 집 밖에 나와서는 안된다고 했고 다음 화요일 기본 식량과 생필품 그리고 긴급 진료를 받을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레바논 정부도 국민들이 집을 떠나지 말라고 했고, 터키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의 외출을 금지시켰으며, 쿠웨이트는 부분적 외출 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일부 아랍국가들은 외출 금지를 시행하는데 군인들을 동원하고 있고, 모스크와 교회의 문을 닫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부의 훈령이 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는 금요일 기도와 단체의 기도도 금지시켰고 모스크와 부속 건물의 문을 폐쇄했다.

그런데 지난 3월 16~17일 아부다비 공항에서는 직원과 승객들 일부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더구나 아부다비 공항에서 신원 확인을 위해 항공사 직원이 승객에게 마스크를 벗어달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아랍인들의 생각은 각양각색인데 공포감을 갖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냥 감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인에게 “코로나”라고 불러대는 아랍인들

아랍의 길거리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아랍인 일부, 특히 청소년들이 한국인에게 “코로나”라고 외친다. 다소 불쾌한 말투이지만 아랍에 사는 한국인이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말없이 지나치곤 한다.

아랍인들 중 상당수는 중국 우한의 코로나19의 원인은 중국 경제를 타격하려고 미국이 실험실에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아랍인들은 중국의 실험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미군이 우한에서 군인 체육대회를 가졌는데 그 군인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 같은 음모설을 아랍인 칼럼니스트들은 아랍 신문에서 실어 날랐다.

이란의 고위층 책임자는 코로나19가 자신들을 겨냥한 생물학적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코로나19에 대한 적절한 대처보다는 코로나19를 정쟁과 무역 전쟁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중동에서는 코로나19의 원인을 인종적 차별과 음모설 그리고 갖가지 꾸며낸 이야기가 문제라고 본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을 전 세계인들이 한 맘으로 대처하기를 바라는 것은 필자만의 소원일까? 일부 아랍인들이 코로나19가 중국인들이 잘못한 행동에 대한 응징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런 주장이 건전한 이성적 판단에서 온 것이 아니라고 보여진다.

아랍인의 질문 '코로나19는 세계화 실패인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해 세계적으로 2주간 국가 봉쇄를 하는 나라가 늘어나면서 정말 세계화가 실패한 것이 아니냐고 아랍인들이 묻고 있다.

저임금의 노동력을 이용한 중국의 값싼 상품이 세계 시장을 잠식하면서 아랍인들은 세계화의 개념이 널리 퍼지게 됐다고 했다. 세계화가 시작된 지 30년이 조금 못 됐지만, 지금 중국은 세계적인 무역국가가 됐고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출입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세계화 초기 중국 경제는 세계 GDP의 3%였으나, 우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직전에는 중국의 점유율이 20%에 다달았다.

아랍인들은 오래전부터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일부 아랍인 교수들은 아랍 고유의 문화 속에 서구의 물질문명의 침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랍인들 중에는 문화적으로 서로 가까워지고 세계화를 확산하는 정책이 잘못됐다는 증거가 코로나19의 확산이라고 했다.

이번주 튀니지대학교 사회학 교수 아말 무싸는 ‘코로나와 모더니즘’이란 글에서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는 자연 현상과 같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모더니즘의 물질적 그리고 사상적 성취는 사회적 기관과 개인 간의 관계를 다시 형성하게 했으나, 코로나19는 집단과 대중 집회에서 재빠르게 확산되면서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명의 확산, 도시화, 대규모 이동 수단의 가속화 등이 코로나 19를 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시키면서 아랍인들은 세계화를 다른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아랍 정부의 안이한 대처는 물론, 약사들의 전문성 부족, 감염 의학의 준비 부족, 선별 진료소 미설치, 국경 봉쇄로 인한 의약품 수급의 부족, 그리고 생필품 부족으로 코로나19의 대응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으로 종교와의 밀착을 줄여가고

아랍 이슬람국가에서, 남자는 금요일에 반드시 대중 집회에 참석해야 하는데 어깨를 맞닿지 않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서 기도하고 설교를 듣는다. 이란의 꼼(Qom)시에서 시아파 무슬림들의 코로나19 감염이 많은 것은 시아파 무슬림의 종교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속적인 아랍 국가에서 무슬림들은 일부가 금요일에도 기도하러 가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무슬림들이 종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금요일 기도 집회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3월 20일 금요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코로나19 감염자가 70명이 추가됐는데 일부는 사회적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코로나19를 막는데 앞으로 더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된다고 예측하면서 의약품, 식량, 생활필수품을 국가가 제때에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중동과 아랍에 사는 교민

중동과 아랍에 사는 한국 교민들 중 아직도 우리 대사관에 재외국민 등록을 하지 않은 분은 지금 신고해 대사관의 도움을 받고, 한인회의 공지사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대사관에서는 아랍 지역에서 혼자 거주하는 교민들의 연락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혼자 아프다가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해서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동네에 사는 한인들은 슈퍼마켓의 전화번호를 서로 공유하고 현지인이 생필품을 집에까지 배달할 수 있도록 미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랍 국가마다 의료 수준이 다르므로 교민이 선별 진료소로 갈 수 있도록 우리 대사관이 사전에 해당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병원 하나라도 확보해 두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이를테면 레바논 작가 라지흐는 레바논에는 인공호흡기가 300개 밖에 없다고 그의 글에서 밝히고 있는데 음압 장치가 있는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두면 좋겠다.

일상생활에서 하루 종일 코로나19 관련 뉴스에만 집중하면 정신 건강에 도움이 안 되므로 한 두 차례 뉴스만 듣고 실내 운동이나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도 건강에 좋다.

일부 아랍인들은 코로나19의 진실을 알고 이에 적절히 대처하는 일에 앞장서기 보다는 오히려 꾸며낸 이야기와 음모설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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