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화하는 아랍(4): 실업과 무신론에 내몰리는 아랍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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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화하는 아랍(4): 실업과 무신론에 내몰리는 아랍 청년들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20.10.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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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아랍 청년들의 사회적 소외

아랍이 남성 가부장적 문화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아랍인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청년이라는 것은 대부분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랍에 청년이 많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랍 국가가 1950년대와 1960년대 독립국가 건설 시기에는 청년들이 정치와 사회 활동에 적극 가담할 공간이 있었다. 아랍의 각국이 독립하는데 청년들이 큰 역할을 했고 심지어 장·차관직에도 20대 후반의 청년들이 임명됐었다. 

튀니지대학교의 사회학 교수 아말 무사는 10월 9일자 알샤르끄 알아우사뜨(중동) 신문에 “사까파 따리다 릿샤밥(청년을 쫓아내는 문화)”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는데, "지금 아랍국가들이 허약하고 소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랍사회는 청년들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고 했다. 

아랍 땅에서 청년들의 권리와 역할이 무시된 것이 식민지 시대가 끝난 1960년대 이후부터였다. 이때부터 청년들이 사회의 주변인으로 내몰리기 시작했고 1990년대 초부터 주변화의 결과가 현저하게 나타났다.
 
절망에 빠진 청년 인구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것이 바로 ‘지하드를 하는 타크피리(Takfiri)’(상대를 ‘알라를 믿지 않는자’라고 단정하고 살해하는 집단) 네트워크였다. 사회가 나뉘고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청년들을 죽음과 살인과 자살로 몰기 시작했다. 마그립 지역의 청년들은 몰래 유럽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청년들을 등한시 했고, 결정권이 있고 책임 있는 자리에서 청년들이 사라져갔다.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아말 무사 교수는 아랍 국가에서 국가 발전 계획에 청년들이 거의 포함되지 않았고 노동 시장에서도 청년들이 참여할 공간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아랍 청년들에 대한 무관심이 미래에도 아랍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심어줄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사회적으로 통합되지 못하고 졸업 후에 찾아가는 노동 시장은 청년들의 숫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2006년 요르단 대학교에서 한국어과를 세우자는 말이 나왔을 때 학교측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사안은 요르단에서 한국어과를 졸업하면 어디에 취업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아랍국가에 세종학당이 많이 생겨났고 한국어과도 몇 개 늘었지만 결국 한국어를 잘 아는 아랍인들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려해 봐야 한다. 

아랍 청년들 반세기 동안 극단주의에 휩쓸리고

오늘날 아랍 사회에서 실질적인 문제로 떠오는 것은 청년의 역할이다. 청년층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는 근본적으로 청년들의 역할과 권리를 거부한 것이고 그 결과 실업률이 증가해 왔다. 아랍이 국가 개발 계획에서 청년들의 기대와 프로젝트를 연계시키지 못한 결과, 청년들은 극단주의에 휩쓸려갔다. 지난 30년 동안 아랍인들은 이슬람 개혁(이쓸라흐 이슬라미)을 외쳤는데 사회적으로 부당함을 느꼈던 일부 무슬림 청년들은 폭력에 가담했다. 

레바논대학교의 이슬람학 교수 라드완 앗사이드는 아랍 청년들이 처음에는 좌익 운동에 참여했다가 좌익운동이 시들해지자 길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슬람’이 그들의 구호가 됐다. 청년층의 폭력은 아랍 이슬람 국가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됐고, 이슬람 개혁의 첫째가는 임무는 폭력으로부터 청년들이 빠져나오게 하는 것이다. 청년들의 일부는 종교에 근거해 폭력을 행사했는데, 결국 아랍 국가들은 ‘이슬람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과 종교적으로, 교육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맞서야 했다.  

종교라는 이름으로의 폭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약했던 이슬람 국가(IS) 조직이 테러 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 중에는 비무슬림도 있었지만 동료 무슬림도 많았다. 테러를 당한 무슬림들은 그들이 해석한 이슬람법대로 살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지금도 아랍의 여러 국가에서 테러 조직에 가담한 청년들이 있고 특히 시리아 청년들은 터키와 러시아의 용병으로 지금 리비아에서 동료 시리아 사람들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이슬람 종교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계속되고 있어서 이슬람 전문가들은 이런 폭력을 쫓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아랍의 일부 지도자들이 개혁을 외쳐 댔지만 실질적으로 폭력과 맞서는 일이 아주 분명하고 강력해야 한다고 라드완 앗사이드 교수는 강조한다. 

아랍 청년은 사회적 위기를 조장하고 실업자, 빈곤 계층, 무신론자로 

아랍 국가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이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훨씬 넘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는 아주 유망한 인력 자원이 되고 국가적인 힘이 되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성취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원동력이란 것을 의미이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아랍 청년들은 식민지 아랍 국가 해방에 적극 가담했고 아랍 해방 운동(하라카트 알타흐리르 알아라비)에 큰 역할을 했고 결국 독립을 이끌어내는데 산파역을 감당했다. 이집트,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시리아에서 아랍 청년들은 독립 국가 건설의 시작과 함께 했다. 그들은 교육과 보건을 강조하였고 아랍인들을 무지와 후진성에서 벗어나게 하려는데 힘썼다. 

그러나 2020년 지금 아랍 사회에서 청년들의 인구가 많은 것이 떄문에, 현실적으로 실업률과 빈곤율이 높아지고 사회적 위기를 증폭시키며 종교를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아말 무사 교수는 말한다.
 
이를테면, 이라크 청년들 일부가 자신들이 무신론자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전통적인 보수적 무슬림 대신에 리버럴(liberal) 무슬림을 택하고 있다. 아랍 세계의 무신론자들은 인터넷에서 이슬람과 다른 종교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슬람 세계에서 무신론의 주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아랍 지역에서 무신론자라는 것을 선언한 인물들이 과거에도 있었다. 지금은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많은 청년들에게 무신론자의 길을 열어주었는데 자신이 무신론자인 것을 밝힐 뿐만 아니라 이슬람을 포함해 종교들을 비판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구글(google)에서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아랍어로 “무신론(일하드)”이라는 단어를 검색한 숫자에서 톱을 차지하는 국가는 모리타니아, 모로코, 시리아이고 무신론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검색한 국가들 중 상위 20위권에 포함된 아랍 국가는 레바논과 아랍에미리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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