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걸프국가·이스라엘 평화협정과 중동평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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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걸프국가·이스라엘 평화협정과 중동평화의 미래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9.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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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아랍국가에서 민심을 읽기 어려운 이유

중동의 언론이나 기자들의 논설은 통치자들의 입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랍에 살면서 국민들의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만 다양한 계층의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다. 신문들이 국가 검열을 받는 경우에는 더더욱 민심을 읽어내기 어렵다. 

더구나 대부분의 중동 특파원의 글을 읽다보면 사건을 보도하는데 그치고 분석기사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아랍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할 때 정치학 교수를 연결해 달라는 말을 듣고 국제 정세와 중동 정치 그리고 정치학 이론을 잘 아는 아랍인 학자를 찾았지만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킬 사우드 대학의 압둘가니 알킨디는 아랍 세계에 키신저, 브레진스키와 같은 정치학자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아랍의 정치학 전공과 이론적인 모델은 아랍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데올로기 블록과 교리적인 체제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랍인에게 왜 IS가 생기게 됐느냐고 물으면 심지어 대학교수도 미국이 만든 조직이라고 했다.
 
아랍의 대학 풍토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국가에서는 교리적인 전공이 지배하고 정치인들은 외교적인 태도보다는 도덕적인 설교자로 변했다고 압둘 가니는 전한다. 지식사회가 자기 평가나 객관적인 학술 평가가 적고 새로운 주제에 대한 창의성이 돋보이지 않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학뿐만 아니라 다른 아랍 국가의 상당수 학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스라엘과 평화협정 : 큰 발걸음이지만 잘못된 방향이 아니기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이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된 것을 환영했다. 그렇다고 우리도 대놓고 크게 환영할 일일까? 

팔레스타인은 아랍연맹에서 의장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단다. 걸프국가와 이스라엘 간의 서명식 뒤에 쓴 뒷맛을 언론이 지적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중동 정치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지금까지 예멘, 시리아, 리비아, 레바논에서 카타르, 터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과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세력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평화 협상은 이런 전쟁을 종식시키는데 기여할 것 같지 않다. 다만 걸프국가와 서명한 이스라엘이 이란과 터키에 대한 걸프의 대응 전선에 동참해 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번 서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두 나라 해법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아랍국가들의 인정을 받고자 이스라엘 영토를 양보할 것 같지 않다.

셋째,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이 이번에 서명한 걸프 국가들에게 깊은 배신감을 갖게 되면서 앞으로 더욱 과격해질 것이다. 심지어 그동안 덜 과격했던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조차 이제는 ’무기를 들고 저항하는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넷째,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는 아랍의 통치자들과 국민들 간의 간격을 더 넓혀줬다. 아랍의 대중들은 항상 이스라엘에 적대적이었다. 사다트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것을 두고 이슬람주의자가 그를 살해한 것을 잊지 말자.

결국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한 것으로부터 이들 두 나라가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를 부활하는 과정으로 이끌지 못하거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두 나라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각각의 국가)’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이번 평화 협상은 중동의 치안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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