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걸프만 동서지역의 교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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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걸프만 동서지역의 교류 역사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0.09.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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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걸프만의 동부와 서부 해안의 왕래가 자유롭던 때도 있었고

지난 몇 년간 이란이 아랍지역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그러나 아랍인들이 항상 이란인과 시아파를 강경하게 거부해 왔다면 이라크, 레바논, 예멘에서 시아파가 득세할 수 있었을까? 이란은 이들 국가 이외에도 일부 걸프국가의 좁혀진 문을 뚫고 들어가려고 시도해 왔다. 

걸프 사람들은 걸프의 동부 해안(이란 쪽)에서 건너온 사람들을 “아잠(‘ajam)”이라고 불렀다. 아랍어 사전을 보면 ‘아잠’은 비아랍인 또는 페르시아인(이란인)이라고 뜻풀이 돼 있다. 아잠이란 말은 ‘아랍어를 할 줄 모른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걸프 사람들은 아잠이란 단어에 대해 시대를 거치면서 항상 부정적인 개념으로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랍만(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동부만에서 서부만으로 또는 서부만에서 동부만으로 이동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당시에는 국경선도 없었고 출입국 서류도 필요 없었다. 

그래서 한 때는 동부 해안지역(이란 쪽)으로 이주한 아랍인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아랍인과 이란인 간의 이주를 부추기는 요인들이 있었다.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였고 일부는 정치적인 요인이었다. 이란으로 간 아랍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페르시아어를 할 수 있었다. 

그 뒤에 동부 해안지역(이란 쪽)에 살던 아랍인이나 비아랍인들이 서부 해안(아라비아반도 쪽)으로 이동했다. 일부는 순니파였고 일부는 시아파였다. 그래서 페르시아 사람들 중에 순니파 무슬림이 생겨났고 아라비아반도 쪽에서는 시아파 무슬림이 생겨났다. 

걸프 지역에서 아랍과 이란 간의 교류사를 보면 대부분의 시기에는 시아파 무슬림과 순니파 무슬림이 공존하며 사이좋게 살았다. 그러나 양쪽 사회의 교류 역사와 관계를 정확히 몰랐던 극소수의 극단적인 사람들이 역사에 대한 무지, 지도층의 야심, 좁은 마음으로 서로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민족주의가 타민족을 주변화시키고

아랍인들이 오스만 터키 이후에 유럽의 식민지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순니파 아랍인들 중에는 민족주의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민족주의자들은 다른 민족을 주변화시키도록 압박을 가했다. 

그 이후 아랍인이나 비아랍인은 다른 종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기 시작했다. 인간 사회의 다이나믹한 모습을 넓게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층이 종파적 갈등을 부추겼고 거기에다가 증오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은 아랍 국가나 이란, 터키, 팔레스타인 어디를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종파적 충돌과 타자에 대한 증오심이다. 

하지만 과거 역사로 돌아가 보면, 이란과 아랍 사이에 사회적 및 문화적 교류가 자연스러웠던 시절도 있었다. 

석유가 나오기 이전에는 걸프에 살던 순니 무슬림과 시아 무슬림이 왕래하면서 걸프 해안을 번화하게 했다. 그들은 같은 학교에 다녔고 같은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대부분은 상대방이 자신의 종교활동 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 모두가 걸프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보탰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레인에 시아파가 다수이고 카타르는 아랍 4개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이란의 혁명이 위험성을 증대시키고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인한 종교적 행동과 혁명적 구호,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활동에서 순니의 정치적 이슬람이 부정적인 위험성을 강화했다.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정치와 종파가 섞인 것이 정치적 이슬람이다. 

그런데 무슬림 형제단의 국제적인 활동으로 걸프지역의 정치적 지형이 변화됐다. 걸프 지역의 정치적 이슬람 세력은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순니와 시아 간의 차별성을 부풀렸다. 이슬람 역사에서는 본래 종교적인 이즈티하드(법적 증거들을 통해 일반적인 법률을 논리적인 규칙에 따라 결론을 끌어내는 법적 해석)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받아들였다. 법학자들의 의견이 서로 다른 것이 허용된 것이다. 

무지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온 증오심이 문제다

걸프 지역에서 정치적 이슬람에 속한 작은 그룹이 조국 밖에서의 국가를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이 속한 정부보다 조국 밖의 종파가 같은 사람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슬림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걸프의 리더십은 집단 지성에서 이들을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 무지나 정치적 이익에서 시작된 증오심은 서로를 의심하게 한다.

걸프만 동서지역이 소모적인 증오심과 분쟁을 벗어나 과거 역사에서처럼 민족과 종파와 피부 빛깔을 뛰어 넘어서 공동선을 위해 서로가 힘을 보태는 때는 언제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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