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랍인의 국민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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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랍인의 국민 대화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2.08.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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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전문용어적 의미에서 온 개념: 국민 대화

아랍혁명 이후 수단, 예멘,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지에서는 ‘국민 대화(Hiwār Watanī: National Dialogue)’라는 말을 사용했다. ‘히와르 와따니(Hiwār Watanī)’는 영어로 ‘National Dialogue’라고 번역되므로 영자 신문을 보면 국민 대화 또는 국가적 대화로 번역한다. 

그런데 아랍어 ‘와따니’의 명사형 ‘와딴’은 국가나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고 ‘와따니’는 ‘국가적 또는 국민의’란 뜻이다. 그런데 아랍어 ‘히와르’에 와따니라는 형용사가 붙으면 ‘히와르 와따니’가 되는데 이 둘이 합쳐지면 ‘국민의 여러 그룹과 서로 다른 정파 사이에서 중요한 문제에서 의견을 서로 교환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샤리카트 와따니야’는 ‘자본이 국가에 속한 회사들’이므로 ‘국가적 회사들’이란 뜻이다. 

이상과 같이, ‘와따니’라는 형용사 이전에 오는 명사가 무엇이냐에 따라 형용사 ‘와따니(남성형) 또는 와따니야(여성형)’가 ‘국민의 또는 국가적’이란 의미를 갖는다.

‘히와르’의 어휘적 의미는 ‘말이 원상태로 되돌아감’이므로, ‘어떤 것으로부터 되돌아옴’이란 뜻이다. 그러나 ‘히와르’의 전문용어적인 의미는 ‘생각과 지식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양자 간에 말을 교환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아랍인들은 전문용어적인 의미대로 ‘히와르 와따니(국민대화)’를 행하고 있을까?

정치적 요인이 고려된 개념 : 국가의 형식적 대화

아흐마드 알구나이미는 알자지라 네트(aljazeera.net, 2022년 7월 29일)에 기고한 글에서 “이집트에서 하와르 와따니는 이미 끝났다”고 했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그의 정책을 전혀 바꿀 의사가 없고, 또 대화에 초대받은 정치 세력들이 나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이집트인들의 관심사들을 반영하는 실질적인 ‘국민 대화’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8년간 알씨씨 대통령(2014년-현재)의 정책과 다르게, 그가 금년도 라마단 달에 언급한 것이 ‘히와르 와따니(국민 대화)’였다. 물론 히와르 와따니는 아랍 혁명 이후 아랍의 여러 국가에서 사용한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시기에 왜 ‘히와르 와따니’를 들고 나왔을까?
 
물론 대통령에게 여러 동기들이 있었겠지만 아흐마드 알구나이미는 해외에 이집트 정치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그 중에는 IMF와의 새로운 협의를 완결하게 하는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외국인의 직접적인 투자가 유입되고 이집트 국내 경제의 심각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것이다.
 
아흐마드 알구나이미는 지난 8년간 알씨씨 체제의 정책은 이집트의 영화(1998년) 제목처럼 ‘웃어라, 사진이 잘 나온다(idhak al-surah tatla‘a hilwah)’라는 철학에 근거하고 있다고 했다. ‘웃어라, 사진이 잘 나온다’라는 말은 ‘그냥 웃기만 해’라는 말이므로 형식적으로 행하면 된다는 뜻이다. 

국민 대화는 ‘그냥 웃으면 돼’로 끝날 것인가?

토론토 대학의 법대 교수 무함마드 파들은 이집트 대통령의 ‘국민대화’로의 초대를 윈도우 드레싱(Window Dressing)이라고 표현했다. 윈도우 드레싱은 말 그대로 ‘창문을 닦아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을 잘 드러내 보여 소비자의 충동 구매를 부추기는 것’을 가리킨다.
 
그는 지난 9개월 동안 이집트에서는 억압적인 권위주의가 사라질 것 같은 희망을 줬던 일련의 조치들이 보였다고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일련의 조치들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첫째, 2017년 알렉산드리아와 딴따에서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살폭탄 테러 이후, 정부가 발령한 비상사태를 2021년 10월 더 이상 연장하지 않았다. 둘째, 2022년 4월 라마단 달 동안에 대통령은 “서로의 말을 듣고 우리가 함께 하는 공통점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서 국민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법대 교수인 무함마드 파들은 이집트에는 2013년부터 반시위(anti-protest)법이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어서 평화적인 집회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법률 94조는 사법적 청문회 없이 용의자를 구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했다. 

2019년 NGO법은 정부에 NGO단체를 등록하지 않고 시민 활동을 하거나 그들의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감독에 따르지 않는 것을 금지한다. 또 등록 요건을 준수하지 않고 활동하면 그 단체의 재산을 정부가 몰수하고 또 개인이 허가되지 않는 활동에 개입하면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또 2018년 미디어법에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5,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블로거나 개인은 정부에 반드시 등록을 해야 한다.
 
특히 지난 며칠 동안 가짜 뉴스(Fake news)를 생성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일부 사람들을 석방시켰지만 여전히 가짜뉴스를 퍼뜨렸다고 판단되면 투옥될 수 있다고 했다. 

무함마드 파들은 무슬림 형제단을 제외시킨 국민 대화가 단순히 윈도우 드레싱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https://dawnmena.org/sisis-national-dialogue-in-egypt-is-just-more-regime-window-dressing/).

국민 대화는 국민의 여러 그룹 사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2011년 시리아에서는 이틀간 야당과 여당이 모여 ‘국민 대화’를 개최했다. 2014년 바레인에서는 왕세자와 야당 대표 간의 회의를 통해 중단된 ‘국민 대화’가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했으나 시아파의 반대로 중단됐다. 예멘에서는 2014년 헌법 초안 작성과 민주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유엔이 지원하는 ‘국민 대화’를 시작한 바 있다.
 
튀니지에서는 2013년 심화되는 경제적 및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국가의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 진영 간의 ‘국민 대화’가 있었다. 그리고 튀니지에서 국민 4자 대화는 평화적인 정치적 타협의 공로로 2015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국민 4자 대화는 노동자, 고용인, 변호사, 인권 활동가 등 4개의 직업군이 서로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즉 튀니지 노동 총연맹, 튀니지 산업과 무역과 수공업 연합회, 튀니지 인권 연대, 튀니지 변호사회가 대화를 한 것이다. 이들은 국가의 주요 문제에서 모든 정파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BBC 아랍어 뉴스에서는 이집트의 ‘국민 대화’는 이런 대화를 지지하는 사람과 의심하는 사람으로 나뉘어 있고, 또 정치적인 술수, 아니면 야당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냐고 묻는다. 심지어 미국의 바이든 정부에게 호감을 얻으려고 하는 제스처라고 했다.
 
7월 5일자 BBC 아랍어 신문에서는 이집트에서 “국민 대화가 이미 발표는 됐으나 그 구체적인 실행은 분명치 않다”고 했다. 자말 이드는 국민 대화가 “형식적인 조치”라고 했고 조지 이스학은 “황금적인 기회”라고 했는데 무나는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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