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이 치명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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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이 치명적인 이유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3.02.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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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동일 지역에서 200년 전에 있었던 지진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 사이에서 지난 일요일 저녁에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다음날 월요일 아침 또 다른 지진이 연달아 일어났다. 그 결과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지진의 파괴력이 대단해 튀르키예 국경의 시리아 북부는 물론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 그리스, 사이프러스, 아르메니아, 조지아에 사는 주민들까지도 지진을 느꼈다고 한다. 시리아 북부 이들립에 사는 이스마일 압둘라는 이번 지진을 “심판의 날”이라고 했다.

시리아 북부와 튀르키예 남부에서 발생한 지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역사 자료를 보면 이곳의 지진은 예부터 피해가 엄청났다. 다마스쿠스의 학자 샴스 알딘 알다하비(1348년 사망)는 여러 해 동안 지진이 일어났다고 기록했고 수천명이 희생됐다고 했다. 그래서 그 당시 사람들은 1층이나 2층 집에 살았는데 이번 지진 피해를 보듯이 5-16층 건물에서 사상자가 많았다. 시리아에서 1170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20만명이 희생됐다. 

그리고 1822년 8월 13일 규모 7.4의 지진을 일으켰다. 당시 지진이 강타한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고, 시리아의 알레포 시에서만 7,000명의 사망자가 기록됐으며, 당시 여진은 거의 1년 동안 계속됐다.

우리와 외교관계가 없는 시리아

시리아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시리아인들은 “모든 것”이 필요하다고 UN의 긴급 구조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월요일 지진 직후 폐쇄된 시리아 북서부와 튀르키예 국경이 2월 9일 열려서 구호물품을 실은 컨테이너 6개가 시리아에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지진이 일어난 시리아 지역은 반군이 장악한 지역이라서 시리아 정부로부터 지원되는 구호품이 없기 때문에 400만 주민은 UN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사우디는 1억 리얄을 24시간 안에 시리아와 튀르키예의 지진 피해 지역으로 보내겠다고 한다. 사우디 무함마드 왕세자는 종교나 정치나 군사, 인종에 상관없이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시리아는 전 대통령 하피즈 알아사드가 사회주의를 채택하면서 북한과 외교 관계가 활발했고 우리나라와는 아직까지 외교관계가 없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튀르키예에 긴급구호대를 급파했고 시리아에는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았다.

튀르키예 국민들, 에르도안 정부의 늑장 대처에 분노

골든 타임 72시간이 지난 목요일 인명 구조팀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구조할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가정에 10,000 리라(튀르키예 화폐)를 정부가 지원한다고 했다. 

튀르키예에 비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적게 받고 있는 시리아가 긴급하게 EU의 시민 보호 메카니즘을 통해 지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지진 사태로 5월 14일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 대표들은 다음주 월요일 예정된 만남도 연기했다. 

이번 지진이 왜 치명적이었나?   

이번 튀르키예의 첫 번째 지진이 7.8로 너무 컸다. 그것은 약 100km의 단층선을 따라 파괴됐는데, 단층 근처의 건물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그래서 가지안테프 마을 근처에서 발생한 지진은 첫 번째 지진을 포함해 수많은 여진이 곧바로 뒤따랐다. 

두 번째 치명적인 이유는 이번 지진은 사람들이 건물 안에 누워서 자고 있는 이른 아침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가장 치명적인 이유는 건축물이 내진을 고려하지 않아서 견고하지 못했다. 현대 건축 기술은 이 정도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와 시공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에 완공된 아파트가 지진을 대비하는 규정을 지켰다고 했지만 이번 지진으로 무너져내렸다. 2018년에 튀르키예 정부가 신축 건물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는데, 건축주들이 그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네 번째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튀르키예에서 신축 건물의 안전 진단에서 통과되지 못한 건축 구조물에 대한 벌금 지불을 정부가 법적으로 면제한 것이 이번 지진의 화근이 됐다. 안전진단에서 통과하지 못한 건축물을 부수지 않고 벌금을 면제해 주었기 때문에 큰 지진이 발생할 경우 재앙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오랫동안 경고해 왔다. 2020년 치명적인 지진이 서부 이즈미르 지방을 강타한 후, 이즈미르에서 안전 진단에 통과하지 못한 672,000개 건축물이 벌금 면제를 받았다는 것을 BBC가 발견했다. 

다섯 번째 이유는 튀르키예의 여타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으나, 이곳은 200년 이상 큰 지진이나 경고 신호가 없었던 지역이었기 때문에, 튀르키예 국가나 국민들이 사전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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