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실적에 목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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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실적에 목매지 마라”
  • 강성봉 편집국장
  • 승인 2010.11.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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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동포 관련 행사가 유난히 많은 달이다.

10월 5일 한인의 날을 시작으로 동포들이 참가하는 행사로는 가장 규모가 큰 세계한상대회, 동포들 조직 중에서 가장 탄탄한 조직의 하나인 월드 옥타가 주최하는 세계한인경제인대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 여러 개가 통상적으로 10월에 열려왔다.

올해는 이들 대회 외에도 엑스포가 열리는 중국 상해에서 월드 옥타 상해지회 주최로 중국경제인대회가 열렸다.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중국경제인대회에 다녀온 뒤, 19일부터 21일까지 대구 한상대회, 25일부터 28일까지 경기도 수원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까지 취재차 참여하면서 ‘동포 경제인들의 축제인 이들 대회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들 동포 경제인대회를 지켜보며 가장 큰 문제로 느꼈던 것은 대회 추진 주체들이 가지는 ‘대회 실적’에 대한 부담이었다.

물론 ‘상담건수가 몇 건인가’, ‘상담금액이 얼마인가’는 경제인들의 행사이기 때문에 대회를 평가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실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참가자 수를 늘리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하고, 대회기간 중에 이뤄지지 않은 거래를 대회기간 중에 일어난 것으로 실적을 꿰맞추려는 시도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동안 전세계의 한인경제인들은 비슷비슷한 행사를 다양한 이름으로 개최해왔다. 예를 들면 세계한상대회가 있고, 월드 옥타가 주관하는 세계대표자대회‧세계한인경제인대회,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가 주관하는 세계한인상공인대회가 있다.

이들 행사에는 대체로 수출상담회가 있어 대회가 끝나고 나면 실적을 발표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고, 이것이 행사를 진행하는 사무국이나 집행부로 하여금 ‘실적’에 목매게 하는 족쇄가 되는 것이다.

동포경제인들의 가장 큰 잔치 한상대회도 마찬가지다. 실적에 목매게 되면서 대회가 목적으로 하는 근본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

한상대회라는 그릇에 모든 걸 담아내려 하지 말고 적당히 덜어낼 필요가 있다. 실적을 포기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좀 더 큰 틀에서의 역할 분담과 업무 분화를 통해서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성과를 내라는 얘기다.

한상대회 등 한인경제인들의 모임은 모국과 한인 경제인을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이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 가는 가능성의 장이기도 하다. 타인종들과 벌이는 생존경쟁의 전쟁터로부터 잠시 틈을 내 같은 말을 사용하며, 같은 문화를 가진 동족들과의 만남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어가는 재충전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꼭 와야 할 사람이 오고, 참가자들이 ‘오길 잘 했다’ 하고 만족해서 돌아간다면 아무리 적은 수가 참가했다고 해도 그 대회는 성공적인 대회라고 할 수 있다.

한상대회가 상품교역회를 갖지 않는 화상대회처럼, 실질적인 상담, 실질적인 거래는 월드 옥타,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등등의 개별 조직 차원의 행사나 지역대회에 맡기는 방식으로 다른 경제인 대회와 차별화하는 것은 어떨까?

이미 지금까지 다섯차례나 동남아한상대회가 열렸고, 올여름에는 심양에서 중국글로벌 한상대회가 열렸다. 지역 한상대회는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LA에서 지역한상대회가 열린다면 ‘전세계 한인의 섬유산업’을 주제로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이 경우 대구의 섬유산업 종사자는 물론 남미에서 의류업에 종사하는 동포들이 대회에 참가해 구체적인 교류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몇 해 전 재외동포재단이 하려고 했던 ‘전세계 한인 섬유벨트’를 구축하는 실질적인 자리가 될 수도 있다.

뉴욕에서 한상대회를 연다면 ‘한인 뷰티서플라이업계 활성화’를 주제로 삼을 수 있다. 지역 한상대회는 지역의 한인 경제인들이 주관해야 하고, 동포재단은 각각의 대회가 내실 있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정보, 재정, 조직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상대회를 한해는 모국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한 해는 해외 한인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내와 해외에서 번갈아 가며 개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내년에는 10차 한상대회가 부산에서 개최된다. 월드 옥타는 창립 3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전세계 동포들에게 대단히 의미 있는 숫자들이다. 새로운 10년, 새로운 30년을 준비하기 위해 그 동안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철저한 평가, 반성과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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