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북한이탈주민의 국적…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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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북한이탈주민의 국적…②
  • 차규근 변호사
  • 승인 2016.03.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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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 호에 이어서) 이순영은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후 식당, 여관 등지에서 남편 서 모 씨와 함께 힘든 일을 하며 돈을 벌었는데, 1993년 11월, 남편 서 모 씨가 불행하게도 취객에게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후 이순영은 자신의 고향인 강원 화천군에서 숙모와 4촌 형제를 만나게 되는데, 이처럼 남편을 잃고 고향에서 친척을 만나게 되자 고향에 머물러 여생을 보내기로 마음먹고 1994년 4월 남대문경찰서를 찾아가 귀순 의사를 표시했다. 

그런데, 남대문경찰서에서는 이순영이 중국여권을 가지고 대한민국에 입국했으므로 중국인이라고 보고 그가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출입국관리법 위반자로 처리하고 그 신병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했다. 이순영은 중국 여권은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남편 서 모 씨를 통해 중국 관원에게 돈을 주고 만든 것이지 진짜로 중국 국적을 가지고 여권을 만든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결국, 이순영은 불법체류 외국인으로 간주되어 출입국당국에 의해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을 받게 되었고, 그 직후 현재 서울시장인 박원순, 안상운, 김선수 변호사 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인권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처분의 무효 확인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순영은 중국에 거주하던 1997년 8월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부터 해외공민증을 발급받았고 1987년 3월에는 중국정부로부터 유효기간을 1992년 3월까지로 하는 외국인 거류증을 발급받았으며 1992년 3월에는 위 외국인 거류증의 유효기간을 1997년 3월까지로 연장 받은 적이 있었다.

이러한 이순영 소송에서 법원은 이순영이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외국인임을 전제로 한 강제퇴거명령이 위법하다고 하면서 강제퇴거명령과 이에 근거한 보호명령의 취소를 명하는 판결을 내렸는데, 일제시대 조선인을 부로 하여 태어난 조선인으로서 북한에서 살다가 이탈한 북한이탈주민의 국적에 관한 최초의 판단을 한 사례였다.

판결의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법원은 남조선과도정부법률 제11호 국적에관한임시조례 제2조 제1호는 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한 자는 조선의 국적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헌헌법은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국민 되는 요건을 법률로써 정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00조에서 현행 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순영은 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함으로써 위 임시조례의 규정에 따라 조선국적을 취득했다가 1948. 7. 17. 제헌헌법의 공포와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국적에관한임시조례
[군정법률 제11호, 1948.5.11., 제정, 시행]
제1조 본 조례는 국적법이 제정될 때까지 조선인의 국적을 확립하야 법률관계의 귀속을 명백히 함을 목적함.
제2조 좌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조선의 국적을 가짐.
1. 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야 출생한 자.
2. 조선인을 모친으로 하야 출생한 자로서 그 부친을 알 수 없거나 또는 그 부친이 아무 국적도 가지지 않은 때.
3. 조선 내에서 출생한 자로서 그 부모를 알 수 없거나 또는 그 부모가 아무 국적도 가지지 않은 때.
4. 외국인으로서 조선인과 혼인하야 처가 된 자. 단, 혼인 해소에 의하야 외국에 복적한 자는 제외함.
5. 외국인으로서 조선에 귀화한 자. 단, 귀화의 요건 급 귀화인의 권한은 별로 법률로서 정함.
제3조 전조 제2호 내지 제4호의 규정에 해당하는 자의 권한은 귀화인의 권한과 동일함.
제4조 좌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조선의 국적을 상실함.
1. 외국에 귀화한 자
2. 외국인의 처 또는 양자가 된 자
제5조 외국의 국적 또는 일본의 호적을 취득한 자가 그 국적을 포기하거나 일본의 호적을 이탈한 자는 단기 4278년 8월 9일 이전에 조선의 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간주함.

법원은 설사 이순영이 북한법의 규정에 따라 북한국적을 취득해 1977년 8월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부터 북한의 해외공민증을 발급받은 자라 하더라도 북한지역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칠 뿐이고, 대한민국의 주권과 부딪치는 어떠한 국가단체나 주권을 법리상 인정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사정은 이순영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를 유지함에 있어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법원은 이순영이 중국여권을 가지고 입국한 것과 관련해, 재외 국민이 다른 나라의 여권을 소지하고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하더라도 그가 당초에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점이 인정되는 이상, 다른 나라의 여권을 소지한 사실 자체만으로는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했다거나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추정·의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재외 국민을 외국인으로 볼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 다른 나라의 여권을 소지하고 입국한 재외 국민이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했다거나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외국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처분청이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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