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가을가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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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가을가을하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0.10.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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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가을가을하다’라는 말은 사전에 없는 말입니다. ‘가을하다’라는 말은 사전에 있는데 ‘벼나 보리 따위의 농작물을 거두어들이다.’라는 뜻입니다. 가을이 추수를 하는 계절이니 알맞게 만든 말로 보입니다. 느낌이 참 좋은 말입니다. 내친김에 봄, 여름, 겨울도 찾아보았습니다. 뒤에 하다가 붙어서 단어를 이루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가을이라고 하면 추수가 생각나는 데 비해서 다른 계절은 금방 떠오르는 느낌이 없어서였을까요?

우리말에서 여름이라는 단어는 원래 농사와 관계가 있었습니다. 옛말에 ‘녀름’이라는 말이 여름(夏)의 뜻이었는데, ‘녀름 짓다’는 농사를 짓는다는 의미였습니다. 여름을 잘 만드는 것이 농사이고 가을을 하는 것이 추수라는 생각이 드니 계절의 느낌이 더 잘 다가옵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봄은 씨를 뿌리는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고, 겨울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봄과 겨울에도 그에 맞는 단어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말에도 생로병사가 있습니다. 이미 녀름 짓다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말은 태어나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어떤 말은 잘 사용하지 않기도 하고, 잘못 쓰이기도 합니다. 늙기도 하고, 병이 들기도 한다는 의미겠죠. 어떤 사람은 잘 쓰이지 않는 말을 찾아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잘못 쓰는 말에 대해 개탄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그게 말의 숙명이요, 생애이기도 합니다. 

한편 말이 새로 생겨나는 것에 대해서도 못마땅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말을 함부로 만들어 낸다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말에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잘못된 표현이나 새로운 표현이 사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말은 늘 새로 생겨납니다. 막을 수가 없습니다. 막을 수 없다면 이왕이면 좋은 표현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 봅니다.

우리말에서 같은 말을 반복해서 만들어진 단어를 첩어(疊語)라고 합니다. 첩어는 기본적으로 반복을 의미하기에 여러 개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대표적으로 ‘집집마다’와 같은 표현이 있을 겁니다. 다음으로는 반복적인 행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의태어가 대표적인데 엉금엉금, 살금살금, 아장아장 등은 모두 반복적인 느낌을 보여줍니다.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떼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우리말에는 첩어가 무척이나 발달하였습니다. 리듬감을 살리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이 반복되면 강조의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하나보다는 여러 번 반복하여 말하는 것이 느낌을 더 잘 나타낸다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야들야들’의 느낌은 어떤가요? 특히 부사의 경우에는 반복을 하면 강조가 됩니다. ‘더욱’과 ‘더 더욱’의 느낌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반복을 하면 느낌이 더 선명해집니다. 최근에 새로 생기는 말에 이런 첩어가 많아서 재미있습니다. 말장난처럼 보이는데, 사람들이 즐거워합니다. 하긴 장난은 즐거운 것이죠. 이왕이면 장난 때문에 다치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장난도 때로 상처가 되니 즐거운 말장난을 기대해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표현도 사전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가을가을하다’라는 말도 사전에는 없는 말이지만 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가을의 느낌이 물씬 날 때 이런 표현을 씁니다. 가을이 두 번 쓰이니 가을 느낌이 무르익습니다. 노란 은행잎, 붉은 단풍, 가을 색을 담은 벚나무 이파리가 가을빛을 담고 있습니다. 푸르고 맑은 하늘빛도 떠오르네요. ‘하늘하늘’이라는 단어는 하늘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데도 왠지 하늘의 느낌이 나서 좋습니다. 요즘 날씨가 그렇습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여러 가지로 힘든 봄, 여름을 지나고 이 계절도 무척이나 힘겹게 지내고 있습니다만, 가을을 느껴 보시고 새 힘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요즘 날씨가 참 가을가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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