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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우리말로 깨닫다] 나고야[名護屋] 성과 가카라시마[加唐島]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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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2  08: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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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원장)

일본 큐슈에서 나고야 성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단순히 나고야(名古屋)에 있는 성과 이름이 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도 나고야 성의 한자 중에 고(古)를 같은 발음의 한자로 바꾸어 명명한 것이라고 한다. 일본어에서 호(護)는 ‘고’로 발음된다.

나고야 성은 가라쓰[唐津] 시에 있다. 가라쓰는 당나라로 떠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당진도 비슷한 이유에서 지어진 지명이다. 그런데 ‘가라’는 ‘한(韓)’의 발음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곳은 당으로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한국으로 가는 곳이기도 한 장소이다. 

후쿠오카에 특강을 갔을 때 그곳의 한국교육원장께서 나고야 성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절로 탄성이 나왔다.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교통이나 시간 등의 사정으로 인해 가보지 못했던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한국교육원장님의 고급 해설을 들으며 나고야 성으로 간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후쿠오카에서 가라쓰 시에 있는 나고야 성으로 가는 길은 평화로웠다. 가라쓰 시에는 소나무 숲이 바다를 따라 끝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바다의 거센 바람을 막기 위한 애민 정신과 정성의 결과라는 설명에 감동도 있었다. 멀리 보이는 바닷물도 잔잔하고 고요했다.

그런데 나고야 성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매우 복잡한 감정을 일으키게 만드는 곳이다. 가라쓰의 나고야 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조선을 침략하기 위해서 세운 계획적인 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고야 성의 안내문에는 조선이 아닌 대륙을 침략하기 위해 만든 성이라고 되어 있다. 침략이라는 한시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성이기에 전쟁이 끝난 후에는 폐허로 바뀌게 된다. 지금은 성터만 남아있어서 세월의 무상함만이 가득했다. 

   
▲ 나고야 성의 허물어진 모습. (사진 조현용 교수)

멀리 보이는 섬과 그 너머에 있을 한반도가 긴 역사의 골을 넘어 아프게 다가왔다. 파도라도 거세면 답답한 기억을 씻으련만 바다는 잔잔하게 머물러 있었다. 하긴 이런 잔잔함 때문에 도요토미가 이곳을 함선들의 집결지로 삼는 이유였기도 했다니 괜한 기대였을 수 있겠다. 

초겨울의 날씨와 해질 무렵이라는 시간 때문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무너진 성터의 허전함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 관광객들이 가득했다면 느낄 수 없는 옛 성터의 회한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문득 일본인들은 이곳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의 감정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아픔의 역사가 일본에게는 자랑스러운 역사일 수 있다는 생각에 한일 관계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나고야 성 앞에는 멀리 섬이 보이는데 그 중에 가카라시마[加唐島]라고 하는 섬이 있다. 가카라시마는 한일 교류 속에 중요한 전설이 남아있는 곳이다. 백제 무령왕(武寧王)이 일본의 한 섬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는데 바로 그 섬이 가라쓰의 가카라시마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폭풍을 피해 머문 섬에서 태어난 아기가 백제의 왕이 되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백제 왕릉의 주인공인 무령왕이 한일 교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물론 그 섬이 조선 침략의 출병지인 나고야 성의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땅 나고야 성에서 바라본 가카라시마와 저녁놀은 공허함을 안겨 주었다. 시간은 이미 지났고, 사람은 없는데 우리의 감정은 텅 비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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