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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우리말로 깨닫다] 어울리는 사람의 어울림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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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14  09: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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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원장)

‘어울리다’라는 말은 두 가지 뜻이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하나는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같이 지낸다는 뜻이다. 참 절묘한 조합이다. 그러고 보면 어울리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다. 어울린다는 말은 나와 똑같다는 뜻이 아니다. 나랑 모든 게 같으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나와는 다르지만 나를 밀어내지 않고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나와 어울리는 사람이다.

어울리는 것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나에게 어울리는 장식품이 있고,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 있다. 반지가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목걸이나 귀고리가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화장이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맨 얼굴이 자연스러운 사람이 있다. 치마가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바지가 어울리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어울린다는 말은 종종 나답다는 의미가 된다. 내게 어울리게 꾸며야 한다. 내게 어울리지 않으면 그저 붕 떠있는 장식일 뿐이다. 유행을 숨 가쁘게 따라가다 보면 나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나에게는 뭐가 어울리는가?

내게 어울리는 말도 있고 행동도 있다. 어떤 사람은 말을 잘하니 말을 해야 하고, 어떤 이는 생각이 깊으니 사색에 잠겨야 한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노래를 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림을 그려야 한다. 남이 잘 하는 것을 나도 잘 해야 하는 것이 아닌데, 괜히 주눅이 들고 자책을 한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아야 한다. 공부를 잘 하고, 시험문제를 잘 푸는 게 능력이어서는 안 된다. 공부는 방편이다. 평생 동안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그것만큼 큰 행복이 없다. 일이 좋아야 한다. 일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서로 다른 사람일수록, 서로 다른 문화일수록 어울리는 점이 많다. 한국인 끼리보다는 다른 나라 사람과 만나면 재밌는 점이 많다. 다르니까 느낄 수 있는 재미다. 외국어는 생존을 위해서도 배우지만 재미를 위해서도 배운다. 내가 그 사람의 말을 하면 그 사람은 반가워한다. 내가 다른 말 속에 담긴 문화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내 그릇도 커지고 더 많은 문화를 담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과 어울릴 수 있다. 어울리려면 서로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소 닭 보듯이 해서는 어울릴 수 없다. ‘어울리다’라는 말을 친구 사이에 가장 많이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나는 것과 어울리는 것은 다르다. 어울림에는 기본적으로 즐거움이 있다. 보통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어울린다. 같이 음악을 듣고, 춤을 춘다. 같이 음식을 먹고, 술도 마신다. 그런데 자칫하면 이런 것이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고집을 부리기 때문이다. 자기 음악만이 좋다고 하거나, 자기의 춤이 더 낫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만남은 다툼이 된다.

‘다투다’라는 말은 경쟁에서 왔다. ‘일 이등을 다툰다.’는 말을 생각해 보라. 그 정도면 충분한데도 자꾸 1등을 하려 한다. 당연히 서로 돕는 일은 없다. 음식도 잘 못 먹으면 안 되고, 술도 잘못 마시면 안 된다. 비싼 음식이 좋은 게 아니고 비싼 술이 좋은 게 아니다. 자꾸 좋은 음식 타령을 한다. 술과 음식은 좋은 사람과 먹어야 더 맛있다. 술마다 어울리는 안주가 있고, 음식마다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 있다. 먹는 거야말로 어울림이 생명이다.      

지난주에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 유럽 세종학당 워크숍이 있었다. 나는 특별강연자로 참가하게 되었다. 한국어 교육의 열기,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워크숍이 끝난 후 한국과 유럽의 문화 교류 축제가 있었다. 모든 순서가 감동적이었지만 특히 우리의 악기인 가야금, 대금, 해금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만들어낸 어울림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연주가 끝난 후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서로의 느낌이 잘 어울리는 연주였다. 진정한 어울림은 따뜻하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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