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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우리말로 깨닫다] 서점의 진화, 혹은 본 모습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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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25  11: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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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원장)

동네 서점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인문학의 위기, 독서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고, 팔리는 책도 아이들의 참고서나 처세에 관한 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온라인 서점의 영향력은 점점 커져서 서점에 가는 일이 적어졌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을 비롯해서 재미난 매체들이 생기면서 서점의 쇠퇴를 부채질한 측면도 있습니다. 작은 서점들뿐 아니라 대형 서점도 맥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미래학자들의 예상이 맞는구나 하며 우울해 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최근에는 새로 문을 여는 서점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헌책방도 오히려 새로 생겨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비밀은 서점의 변신, 진화에 있습니다. 이제 서점은 더 이상 책만을 파는 공간이 아닙니다. 대형 서점에 가면 한쪽에 차나 음식을 파는 경우가 있었고, 가끔 저자와의 대화를 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작은 동네서점으로 들어왔습니다. 책을 사기만 하는 서점이 아니라 문화 공간, 생활공간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서점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읽습니다. 도서관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겁니다. 책에 관해서 토론도 하고 작가도 만납니다. 좋아하는 작가를 직접 만나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입니다. 예전에도 있기는 했지만 서점을 중심으로 독서 모임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서점에 잘 어울리는 일입니다. 책을 사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독서의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책방은 책을 팔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좋은 책을 권하고, 읽은 책의 느낌을 나누는 곳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이러한 모습이 원래 서점의 모습이었을 겁니다.

서점에서 차를 파는 곳도 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시는 분 중에는 차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직접 담은 전통차를 내놓기도 하고, 바리스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커피를 내 놓기도 합니다. 집에 온 손님에게 차를 내 놓듯이 말입니다. 향 깊은 커피를 마시면서 좋은 사람과 좋은 음악도 듣는 서점의 모습은 행복 자체입니다. 북 카페의 반대개념이라고 할까요? 카페에 책을 장식한 것이 아니라 서점에서 여유 있게 차를 마시는 거죠. 

서점에서는 때로 작은 음악회도 열립니다. 좋아하는 음악가를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일은 설레고 흥분되는 일입니다. 물론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도 행복한 기쁨이지요. 작은 공연장이 수없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몇 십 명이 모인 자리이지만 노래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정성이 가득합니다. 연주자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노래하는 이의 숨소리도 놓칠 수 없습니다. 청중의 표정은 음악가에게 새로운 힘으로 다가옵니다.

때론 서점에서 무언가를 배우기도 합니다. 책과 관련된 인문학은 물론이요, 악기도 배우고 미술도 배웁니다. 도자기나 글씨 쓰기를 배우기도 하고, 뜨개를 배우기도 합니다. 책이 있는 곳이니 인문학의 향기가 있는 것은 당연할 수 있겠습니다. 말로만 듣던 고전을 이야기하고, 역사를 읽고, 경전을 읽습니다. 선조와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책 속에서, 강연 속에서 살아납니다. 무엇을 배우는 일만큼 사람을 살아있게 만드는 일은 없는 듯합니다. 가능하다면 끊임없이 궁금해 하고,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학이시습(學而時習)’이 바로 배우고 직접 해 보는 삶을 의미합니다. 기쁜 일이지요.  이제 우리의 서점은 따뜻하고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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