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표준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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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표준어의 비밀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6.10.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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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원장)

표준어라는 말은 조금 이상한 말이다. 말은 원래 자연스러운 것이고, 변화하는 것인데 표준을 정해놓고 다른 말은 틀리다고 하는 것이니 이상할 수밖에 없다. 어떤 말은 표준이고, 어떤 말은 비표준이라는 발상도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왜 표준어를 정했을까?

표준어와 사투리

일단 표준어는 사투리와 구별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서로의 말이 잘 안 통할 경우 기준이 되는 말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표준어가 있지만 여전히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도 많다. 서로 다른 사투리로 이야기해도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자연스럽게 두면 서로의 조정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표준어에 속한다고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우리가 잘 안 쓰는 말도 많다. 자주 쓰는 어떤 말은 틀리다고 하고, 별로 안 쓰는 말을 표준어라고 하니 혼동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다 아는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나오지 않는 예도 많다. 종종 농담으로 국어 시험 문제용으로는 표준어가 매우 유용하다는 말도 한다. 북한에서는 표준어라는 말 대신 문화어라는 말을 한다. 역시 기준을 세워서 통일적인 언어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어라는 말도 이상한 표현이다. 문화어가 아니면 비문화어라는 말인데, 정말 그럴까?

표준어의 세가지 기준

표준어를 정하는 기준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서울말이어야 한다. 둘째, 현대 말이어야 한다. 셋째, 교양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이어야 한다. 표준어의 정의에 대해서 강의할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그 이유는 셋째 기준인 교양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 때문이다. 교양의 기준이 무언가? 여러분이 하고 있는 말은 표준어인가? 우리는 교양이 있는 사람인가? 교양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표준어의 모호함이 있다. 

서울말이어야 한다는 점도 논란거리이다. 서울에서 산다고 모두 표준어 사용자라고 할 수는 없다. 현재 서울에는 1,000만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은 모두 표준어 기준에 부합하나?

서울말이라는 말에는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우선은 서울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야 한다. 학자들이 지역 방언에 대해서 연구할 때도 타 지역의 이주 경험을 중요하게 검토한다. 다른 지역의 언어가 묻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을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의 출신지도 중요하다. 서울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가족이 모두 경상도 사투리를 쓰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리라. 따라서 서울말이라 함은 본인은 물론 부모까지 서울에서 태어났어야 한다. 엄밀하게 말할 때는 삼대가 서울 사람이어야 한다고 한다.

현대 말이라는 점도 논란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현대를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서울에서 삼대가 살았고, 교양이 있다면 모두 표준어 사용자가 될 수 있을까? 실제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현대’라는 말의 비밀이 있다. 표준어는 보수적인 개념이다. 표준어는 말은 그래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규칙이다. 따라서 젊은이의 말은 아니다. 청소년의 말은 더더욱 아니다. 보통은 60세 이상이 쓰는 말이 현대 말의 기준이 된다. 엄밀하게 연령으로 나누기는 어렵지만 주로 그 정도라고 생각하면 비슷하다.

표준어는 누가 쓰는 말일까?

표준어는 서울에서 삼대쯤 산 60세 정도인 사람이 교양을 갖추어 이야기할 때 기준이 된다. 그냥 서울, 현대, 교양이 아니다. 표준어는 모든 지역, 모든 세대, 모든 계층을 대표하는 언어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전히 사투리를 쓰고, 은어와 유행어를 쓰고, 속어를 쓴다. 하지만 표준어를 사용하되, 다양성이라는 측면도 늘 고민해야 한다. 다른 것을 비표준이라며 지나치게 배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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