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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우리말로 깨닫다] 죄를 짓다, 복을 짓다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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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8  13: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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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원장)

<죄와 벌>이라는 유명한 소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죄’라고 하면 금방 떠오르는 연관어는 ‘벌’인 듯하다. 우리는 죄를 범하는 것을 범죄라고 한다. 죄는 ‘저지르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저지르다’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는 의미다. 범하다나 저지르다는 모두 매우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단어이다.

한편 죄를 짓는다는 말도 하는데 ‘짓다’에는 가치중립적인 느낌이 있다. 짓다는 만든다는 의미인데 없는 것을 만들기도 하고, 있는 것을 더 좋게 만들기도 한다. 짓다가 들어가는 말을 보면 미소를 짓고, 웃음을 짓고, 눈물을 짓고 한숨을 짓는다.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행위의 느낌이 난다.

짓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하고 대표적인 것은 집과 밥과 옷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에 짓는다는 표현을 썼다. 그 중에서도 집은 짓는 것에 대명사이다. 집의 어원도 짓다와 관련이 된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지붕은 집과 어원이 관련되는 어휘이다. 여담이지만 예전에는 ‘블럭’ 장난감을 ‘집짓기’라고 했다. 집짓기 장난감으로 집만 짓는 것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짓는 것의 기본은 집이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짓는 것 중에서 제일 안 좋은 것은 아마도 죄를 짓는 게 아닐까 한다. 그런데 나는 죄를 짓는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왠지 아픔이 느껴진다. 죄를 범하는 것이나 저지르는 것과는 다른 감정이 든다. 죄를 지었다는 말이나 죄를 짓는 느낌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라. 심각한 죄뿐 아니라 밝혀지지 않은 작은 잘못까지도 죄의 범주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즉 법적인 문제만 죄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죄에는 벌이 따른다. 그래서 우리말 표현에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라는 표현도 생겼다.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이런 표현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벌을 받는 방법도 다양하다. 주리를 틀고 육시를 하는 무시무시한 방법도 있겠지만 죄를 씻는 데는 다른 방법도 있다. 한국어에는 이럴 때 쓸 수 있는 표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복을 짓다’이다. 

물론 복을 짓는 행위가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살아가는 일이 모두 복을 짓는 일이어야 하고, 그래야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죄를 지었다면, 죄를 짓는 느낌이 든다면 더 열심히 복을 지어야 한다. 보통 우리는 복은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열심히 빌면 복이 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많이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복을 받는 것뿐 아니라 짓는 것으로도 보았다. 적극적으로 복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복을 짓는 것은 나를 위하는 일들이 기본적으로는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약한 이에게, 가여운 이에게, 가난한 이에게 잘해야 한다. 그게 복을 짓는 일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죄를 짓고 산다. 나는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았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것도 죄가 된다. 세상에는 나만 있는 게 아니다. 내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도 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내 행복을 바라볼 때 죄스런 느낌이 든다.

이럴 때일수록 복을 지어야 한다. 나도 모르는 내 죄를 위해서도 그렇고, 내가 사는 이 세상을 위해서도 그렇다. 죄가 많을수록 더 많은 복을 지어야 한다. 죄를 짓는 것에 반대는 벌을 받는 게 아니라 복을 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을 많이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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