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좋은 한국어 읽기교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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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좋은 한국어 읽기교재 만들기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3.07.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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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한국어 교재 중에 좋은 교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전부 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리가 있기도 합니다. 한편 한국어 교재에 대한 지적을 하는 분 중에는 최근의 교재를 못 본 사람이 많아서 저는 최근의 교재를 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의 교재에는 과거의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습니다. 좋아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특히 세종학당재단이나 국립국어원, 재외동포청 등 국가기관에서 만든 교재들은 여러 학교의 전문가가 함께 만들었기에 신뢰성도 매우 높아졌습니다. 예산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교재를 만들기 위한 기초 연구도 많습니다. 기본어휘 자료, 문법교육 자료, 한국어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도 잘 이루어져 있습니다. 점점 더 좋은 교재가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좋은 교재가 부족하다는 말은 아주 틀린 말이 아니라는 점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특히 한국어 읽기교재는 매우 부족합니다. 일단 숫자부터 부족합니다. 많지 않습니다. 각 단계별로 다양한 주제의 읽기교재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영어 교재에 읽기교재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본다면 한국어 읽기교재의 문제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한국어 읽기교재는 왜 부족할까요? 이건 물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저작권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읽기교재는 다른 기능의 교재에 비해서 저작권 관련 사항이 많습니다. 그리고 한 권으로 끝나기보다는 여러 권, 아니 많으면 많을수록 도움이 되는 교재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좋은 읽기교재를 만들려면 많은 글이 필요하고, 좋은 글이 필요한 겁니다. 저작권이 계속 문제가 됩니다.

교재의 저자들이 창작한 글을 읽기 내용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는 한계도 있고, 실제성의 문제도 발생합니다. 그런데도 읽기교재에 실을 수 있는 좋은 내용을 찾아서 인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작권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을 잘 보호해야 하는 것은 분명히 맞지만, 신문기사 이용도 쉽지 않기에 읽기교재 지문 선정도 어렵습니다.

제가 전에 읽기교재를 만들 때는 사용하고 싶은 글을 쓰신 분께 연락을 드려 허락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제가 일하는 학교의 선생님이었는데 정말 흔쾌히 본인의 글을 외국 학생이 읽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아니, 사실은 기뻐했습니다. 본인의 글이 널리 외국인이 배우는 한국어 교재에 실리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제 글도 한국어 교재에 싣고 싶다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환영입니다. 쑥스러움도 있습니다만, 제 글이 교재의 한 부분이 된다면 기쁜 일입니다. 

저는 저작권도 중요하지만 글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잘 허락을 받고, 좋은 글을 널리 나누면 좋겠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배우는 교재에 싣는 일이라면 조금 더 관대해지면 좋겠습니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허락은 받아야 합니다. 함부로 실어서는 안 되겠죠. 그것은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입니다.

좋은 한국어 읽기교재를 만들고 싶은 분께 권합니다. 우선 본인이 글을 많이 읽으십시오. 그리고 학생에게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글을 찾으면 차근차근 모아 두세요. 그리고 공유하고 싶은 글을 쓴 분을 찾아서 가능하면 만나세요. 만나기가 어려우면 꼭 연락을 드리세요. 그렇게 잘 만든 책으로 좋은 글을 읽고픈 학생들을 만나면 됩니다.

저는 저작권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나 저작권이라는 벽 때문에 좋은 글을 학생이 읽을 수 없는 세상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교재에 실린 글을 읽고 그 책 전체가 읽고 싶어진다면 좋은 일 아닌가요? 제 글을 읽기교재에 실으시는 것은 환영입니다. 제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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