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한류와 산림청 그리고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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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한류와 산림청 그리고 치유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3.04.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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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관광(觀光)이라는 말은 빛을 본다는 뜻입니다. 밝은 쪽을 본다고 할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본다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긴 새롭다는 말도 빛과 관계있는 말입니다. 새는 원래 동쪽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관광이라는 말과 여행이라는 말이 다른 뉘앙스인 것은 빛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관광이라고 하면 화려한 곳을 떠올립니다. 멋진 곳, 굉장한 곳, 거대한 곳을 찾는 게 관광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지금의 여행상품은 대부분 관광 상품인 셈입니다. 세계의 문화유산, 자연유산을 보러 다닙니다. 첨단 산업을 구경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입니다. 왠지 그런 곳에 갔다 와야 관광의 표시도 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관광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관광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즉 빛의 반대쪽을 보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빛의 반대쪽은 어둠입니다. 어둠이라고 하면 불쾌하고, 불결하고, 부정한 것을 떠올리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어둠을 차분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 어둠의 중요한 상징에는 구별하지 않음과 쉼이 있습니다. 어둠은 화려하지 않은 우리 그대로의 삶인 셈입니다.

저는 빛의 반대쪽을 보는 여행을 ‘관암(觀暗)’이라고 부릅니다. 거대한 유적보다는 현지 사람의 삶을 만나고 체험합니다. 비싼 요리가 아니라 토박이들이 맛있게 먹는 음식을 찾고 즐깁니다.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화려한 숙소보다는 그들과 가까이 있는 숙소를 찾습니다. 관암은 차분한 즐거움입니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도 처음에는 관광을 오지만 여러 번 온 사람은 점점 삶 속으로 여행을 갑니다.

이제는 번쩍이는 관광지보다는 해변이나 숲길을 걷습니다. 때로는 산을 오르기도 하고, 시골 마을을 찾기도 합니다. 동네에서 만난 작은 식당에서 맛난 식사를 합니다. 거기에서 만나 말동무가 되어준 사람, 길동무가 되어준 사람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습니다. 이러한 관암은 그대로 마음의 치유가 됩니다. 한국은 문화로 세계를 이끄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놀랍고, 고마운 일입니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합니다. 저는 관암이 한류 속에서 피어나기 바랍니다.

제가 요즘 즐기는 여행은 걷기입니다. 주로 숲과 산, 그리고 바닷길을 걷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이 힘들 때 걸었는데 이제는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치유를 느낍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만큼 걷기가 좋은 곳이 드물다는 겁니다. 다양한 올레길과 둘레길도 좋습니다만, 산림청에서 마련한 자연휴양림은 진정한 치유의 공간입니다. 저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자연휴양림을 찾아서 걷고 숙박도 합니다. 숲길을 걷고, 숲을 호흡하며, 숲 속에서 잠이 드는 겁니다.

요즘에는 무장애길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몸이 불편한 이를 위한 숙소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숲 해설이나 목공예, 명상 프로그램, 치유의 숲 프로그램도 좋습니다. 저는 외국인에게도 한국에 오면 자연휴양림이나 치유의 숲을 가보라고 권합니다. 새로운 한류는 문화와 자연을 통해서 치유되는 것입니다. 음악과 미술 등이 치유가 되고, 우리의 숲과 길이 그대로 치유이기 바랍니다. 한국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관암을 하기 바랍니다.

제가 다녔던 자연휴양림 몇 곳을 추천한다면 안면도 수목원과 함께 있는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소나무가 좋은 대관령 자연휴양림, 가문비나무가 좋은 덕유산 자연휴양림,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좋은 장태산 자연휴양림, 삼나무가 좋은 제주 절물 휴양림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잣나무 숲이 좋은 축령산 자연휴양림은 잣향기 푸른 숲과 함께 가보면 더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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