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문경 새재는 웬 고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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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문경 새재는 웬 고개인가?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3.09.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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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진도아리랑을 부르다 보면 뜻밖의 지명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문경 새재입니다. 전라도에 있는 지명도 아닌데 갑자기 등장하는 겁니다. 왜 문경 새재가 진도아리랑에 나올까요? ‘문경 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라는 가사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정을 잘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산을 오르는 고통으로 표현했지만, 실제로 삶의 굽이굽이에서 참으로 우리는 아픕니다. 살다보면 이 고개가 가장 높은 줄 알았는데 또 다른 고개를 만나게 되니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저는 삶의 고개를 오르며, 눈물과 땀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아리랑 고개를 잘 넘어가기 바랍니다. 문경 새재를 잘 넘어가기 바랍니다.

문경 새재라는 표현에서 눈에 뜨이는 것은 문경이라는 지명이 붙은 겁니다. 이는 새재가 문경에만 있지 않다는 반증이 될 수 있습니다. 새재는 여러 곳에 있지만 그 중에서 문경의 새재가 높고 험하였을 수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지명이 주로 그렇습니다. 남산(南山)도, 밤골도 한 곳이 아닙니다. 서울에만 남산이 있는 게 아닙니다. 경주에도 남산이 있고 많은 곳에 남산이 있습니다. 남산은 원래 앞산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앞을 남이라고 불렀습니다. 남녘 남(南)이라고 부르는 이 말은 원래 해석이 ‘앞 남’이었습니다. 우리는 방향을 이야기할 때 ‘앞 남, 뒤 북’이라고 하였습니다. 뒷산은 모두 북산인 셈입니다.

저는 새재라는 말을 보면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새재라는 이름은 조령이라고도 부릅니다. 당연히 새재의 새를 날아다니는 새라고 본 것입니다. 충분히 가능한 상상입니다. 높고 험하기에 새도 쉬었다가 넘어가는 고개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보통은 지명을 한자로 바꿀 때는 당시의 상상력이 발휘됩니다. 즉 원래 그 지명을 만들 때의 생각과는 다를 수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지명을 볼 때는 옛 상상력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문경 새재라는 명칭을 괴산쪽에서는 연풍새재라고도 합니다. 조령은 경상북도 문경과 충청북도 괴산이 만나는 곳에 있기 때문에 양쪽에서 부르는 이름이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연풍 새재비에 보면 새재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서 재미있는 언급이 있습니다. 고려사 지리지에는 초점(草岾)이라고 나온다는 겁니다. 초는 풀이고, 점은 고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말로 풀을 ‘새’라고도 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이름이 억새입니다. 즉 새재는 날아다니는 새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연풍새재비
연풍새재비

연풍 새재비에 나오는 또 다른 생각으로는 충청도와 경상도 사이에 있는 고개여서 새재라고 했다는 설입니다. 사이라는 말이 새로 바뀐 것입니다. 충분히 가능한 설명으로 보입니다. 한편 예전에는 계립령(鷄立嶺)이라고 하였다는 말도 보입니다. 계립령과 이화령 사이에 있어서 새재라고 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서 계립도 공부가 필요해 보입니다. 언뜻 보기에도 신라의 다른 이름 계림(鷄林)과 닮았습니다. 계는 닭이면서 ‘새’라고 해석이 됩니다. 계림과 서라벌을 같은 말로 보는 이유입니다. 새는 또 새롭다와 연결이 됩니다. 그래서 계림은 다시 신라(新羅)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신(新)이 바로 새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라(羅)’는 옛말에서 주로 땅이라는 뜻으로 나타납니다. 즉, 새로운 땅이라는 뜻이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새가 동쪽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바람 중에서 동쪽에서는 부는 바람을 높새바람이라고 하는데 새는 동쪽을 의미합니다. 경주를 동경(東京)이라고도 부르는 것은 동쪽에 있는 땅이라는 의미를 담습니다. 신라 처용가에는 ‘동경 밝은 달에’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계림이 경주이고, 동경입니다. 새가 동쪽을 의미하게 된 것은 새가 해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가 뜨는 곳이 동쪽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우리말 중에서 새가 해를 의미하는 단어로는 ‘새벽’이 있습니다. 날이 ‘새다’라고 할 때의 새도 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새재는 동쪽에 있는 고개라는 해석, 해 뜨는 고개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새재라는 말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을 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일입니다. 원래 새라는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어원 공부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중들이 새라는 말을 어떻게 보았는지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 새재는 동쪽에 있는 고개이고, 해가 뜨는 고개였을 겁니다. 또 어떤 이에게는 풀이 우거진 고개였을 겁니다.(草岾) 경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사이에 있는 고개였겠죠. 이 길을 넘어 다니며 힘들어했을 사람에게는 새도 쉬어가는 고개라는 말이 참으로 잘 어울렸을 겁니다.(鳥嶺) 그리고 그 고개는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리며 고통의 고개로 유명해졌을 겁니다. 그래서 진도에서 부르는 아리랑에도 아픔의 고개, 슬픔의 고개로 문경 새재가 등장하였을 겁니다.

허나 지금의 새재는 완전히 다른 곳입니다. 예전에는 과거를 보러 가기 위해 오르던 힘든 길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걷기 좋은 길이 되어있습니다. 조령 1관문에서 3관문까지의 길은 경사도 완만하고 길도 넓어서 사색하며 걷기 좋은 길입니다. 물론 숲도 너무나 좋습니다. 가을의 단풍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가까운 사람과 함께 걷는다면 담백한 이야기가 절로 나옵니다. 문경 새재는 배움과 깨달음, 그리고 함께 걷는 길입니다. 

문경새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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