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착하게 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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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착하게 살면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3.12.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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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고 합니다. 복을 받기 위해서 착하게 사는 것은 아니겠으나, 착하게 살았더니 복을 받게 되는 겁니다. 이런 것을 불교에서는 선인선과(善因善果)라고 합니다. 착한 일이 원인이 되어 좋은 결과를 만나게 되는 것이죠. 착한 일을 해서 복을 받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일 수 있겠습니다. 진짜 복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전에 불교에 관한 책을 읽다가 선인선과라는 부분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음을 들켰다고나 할까요. 그 책에는 이런 말이 담겨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선인선과를 믿으면서 착한 일을 하면 복권이라도 당첨될 것처럼 생각한다고 말입니다. 그런 일은 생기지 않으며, 자신이 행한 선만큼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말이었습니다. 하긴, 당연한 일입니다. 

선도 일종의 저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축을 하면 저축한 만큼 찾을 수 있는 것이죠. 갑자기 엄청난 금액이 내 통장에 들어와 있다면, 분명 잘못 송금된 돈일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더 큰 복을 받고 싶은 사람은 선을 쌓아둡니다. 계속 저축을 하는 거죠. 우리는 이런 행위를 적선(積善)이라고 합니다. 적선은 단순히 누구를 돕는 것이 아니라, 선을 쌓아 나중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 또는 아픔에 대비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그래서 자신에게 작은 행운이 올 때는 주변의 더 어려운 이에게 양보한다고 합니다. 우선적으로 주변사람을 배려하는 거죠. 작은 행운에 내 선을 쓰다보면 선이 모이지 않는다는 생각인데, 이런 양보와 배려를 통해서 선은 더 커집니다. 선이 쌓이는 것은 그래서 더 기분 좋은 일입니다. 나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주변이 모두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선을 쌓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데, 주변에서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꼭 참견을 하는 편입니다. 제가 참견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작은 일을 굳이 나서서 돕는다는 의미입니다. 누가 길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면 무조건 다가가서 어디를 찾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친절하게 설명을 해드립니다. 어쩌면 제 도움 없이도 잘 찾아갔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가는 곳까지 최대한 같이 가주기도 합니다. 무거워 보이는 짐을 들고 가는 사람에게는 '들어드릴까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은 괜찮다고 이야기해서 실제로 들어드리는 경우는 드뭅니다. 지하철의 자리양보는 당연하고, 어떤 경우에는 서있으면서 일부러 자리를 비워놓기도 합니다. 힘들지 않은데 굳이 앉아서 다른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려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자기자랑처럼 보여 쑥스럽네요. 

오늘 제가 이렇게 길게 제가 하는 일을 설명한 것은 며칠 전의 일 때문입니다. 예기치 않은 일로 길이 막혀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할 사정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약속이 있어서 난처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뜻밖에 많은 사람이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차가 짐을 실어주고, 우리를 차에 태워 주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두리번거리는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고 갈 곳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시간을 맞추어 약속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때 생각난 말이 선인선과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무심코 했던 많은 행동이 이렇게 다가오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다시 선을 쌓아야겠습니다. 아니, 의도적으로가 아니라 그냥 착하게 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최대한 쌓은 선은 쓰지 말고 주변에 양보할 수 있기 바랍니다. 선인이 선과가 되는 장면은 어쩌면 제게는 힘든 일이거나 아픈 순간일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착한 일을 하고 무사히 사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겠네요. 

한편 가끔 자신은 그다지 착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큰 복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유산 같은 겁니다.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이 쌓아놓은 선이 내게로 와서 복이 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무서운 것은 유산이 아니라 빚인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내가 빚을 남겨놓으면 후손에게 악과(惡果)가 생기기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모두 믿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런 마음으로 조심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착하게 살아야겠습니다. 선을 잘 쌓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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