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대한민국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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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대한민국이라는 말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3.07.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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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사람에 따라, 연령에 따라, 관점에 따라 느낌이 다를 겁니다. 대한민국을 줄여서 한국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인’이라는 말은 어색하죠. ‘대한민국어’라는 말도 이상합니다. 한국인, 한국어가 자연스럽습니다. 한국이 오히려 일반적인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에서 이어진 말입니다.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국호가 바뀌고, 제국은 다시 민국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의 역사는 매우 복잡하며 많은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국명에 관한 간단한 언급을 덧붙이자면 우리민족이 세운 나라 이름은 크게 세 가지가 주를 이룹니다. 첫 번째는 ‘조선’입니다. 고조선, 이씨 조선, 북조선으로 나누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 조선입니다. 각각 앞에 붙은 말들은 관점이나 태도를 보여줍니다. 두 번째는 고려를 들 수 있습니다. 고구려, 고려가 여기에 해당하고, 고려 연방이나 남북단일팀 코리아도 모두 고려와 연관되어 있는 이름입니다. 세 번째는 ‘한’입니다. 고조선 시대의 진한, 번한, 마한의 삼한과 대한제국, 대한민국의 한이 그렇습니다. 지금 현재도 남쪽에는 한국이 있고, 북쪽에는 조선이 있고, 단일팀은 코리아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가장 널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일은 두 가지 경우입니다. 여기에서 연령이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첫째는 1980년대에 정수라 씨가 불러서 크게 히트한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입니다. 건전가요 풍의 노래였지만,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졌습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라는 부분에서 신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참 어려웠던 군사독재시절이었는데, 엄청난 희망가였던 셈입니다. 후에 이 노래는 정태춘 씨의 비판적인 노래 ‘아. 대한민국’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현실적인 가사가 충격적이었던 노래입니다. 두 노래를 함께 들어보기를 권합니다.

둘째로 대한민국이 더 많은 사람의 입에 올라가게 된 것은 역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은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면 ‘짝짝짝 짝짝’ 박수를 칩니다. 자연스럽죠. 대한민국이 응원구호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자랑스러운 단어, 힘을 북돋는 단어가 된 겁니다. 축구가 4강에 오른 것인데, 이제 모든 분야에서 4강이 된 것처럼 자신감도 가득했습니다. 실제로 그 후 한국은 스포츠나 문화, 경제에서 놀라운 성장을 이어갑니다. 바로 2002 월드컵 얼마 전에 아이엠에프 위기가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대단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는 ‘대’가 들어 있어서 자신감이나 자존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겸손함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국명은 멋있게 지어야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한민국보다 한국을 일상에서 많이 쓰는 것은 겸손한 태도를 반영할지도 모릅니다. 일본을 대일본제국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생깁니다. 남들이 자기 나라에 ‘대’를 붙였을 때의 느낌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느낌을 외국에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밖에서 보는 우리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북한도 우리를 대한민국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남조선 또는 남쪽, 남측이라는 말을 씁니다. 우리가 북한, 북쪽, 북측이라고 쓰는 것과 비슷합니다. 북한이나 남조선이 자신 위주로 부르는 거라면 남쪽, 북쪽, 남측, 북측은 배려하는 마음도 담깁니다. 서로를 조선이나 대한민국이라고 부르면 우리가 두 나라라는 것을 인정하는 셈입니다. 자연스레 통일에서 멀어지는 겁니다. 현실적으로는 이미 그리 된 지 오래입니다만, 실제로도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북측에서 남측을 대한민국이라고 칭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지칭이 굳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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