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상주 함창 공갈 못에
상태바
[우리말로 깨닫다] 상주 함창 공갈 못에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1.10.19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저는 요즘 장구와 민요를 배웁니다. 한국학을 공부하면서 우리 음악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았는데 직접 배우니 참 좋습니다. 한국학을 몸으로 익히는 느낌입니다. 머리에서 몸으로 감정으로 이어지는 공부입니다. 민요를 배우면서 감정의 위로도 받습니다. 한편 장구도 마찬가지이지만 민요는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뭐든지 많이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은 법이지요. 아는 게 많아야 모르는 게 많아집니다. 인생의 즐거운 이치입니다.

요즘은 상주 모심기를 배우는데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아서 기쁜 마음이 큽니다. 모르는 부분이 많아진 것도 그런 의미에서 기쁨입니다. 민요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가사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것도 적잖이 원인이 됩니다. 예전의 가사를 그대로 전해 와서이기도 하고, 원래 가사 자체가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가사의 내용이 이해가 안 되면 노래에도 집중이 잘 안 됩니다. 그래서 노래가 잘 안 되었던 걸까요? 좋은 핑계네요.

상주 모심기라는 노래에는 당연히 상주가 나옵니다. 상주라는 곳이 주 무대입니다. 아마 상주 지역에서 시작된 민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상주라는 가사가 들어 있는 부분을 빼면, 어느 지역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가사로 이루어집니다. 주로는 시집살이 이야기가 많습니다. ‘나도야 죽어 후생 가면 시집살이는 안 할라요.’라는 가사가 절절합니다. 공감대 형성에는 함께 고통스러운 일이 좋은 소재가 됩니다. 살면서 시집살이가 고통인 것이 안타깝습니다. 가장 가까워야 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를 미워하는 게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요? 상주 모심기에는 시누이와 올케가 함께 다시는 시집살이는 안 하고 싶다고 말하는 가사도 있습니다. 시누이도 올케도 시집살이 앞에서는 한마음이 되었네요. 
 
상주 모심기 가사 중에서 어려운 어휘가 바로 공갈 못입니다. 공갈 못은 못의 이름입니다. 상주에 가면 공갈 못이라는 저수지가 있습니다. 가사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상주 함창 공갈 못에 연밥 따는 저 큰 아가, 연밥 줄밥 내 따 주마. 우리 부모 섬겨다오.’ 그런데 함창에 있는 공갈 못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민요를 부르는 사람은 어휘에 큰 관심이 없거나 모르는 채로 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에게는 공갈의 의미가 세게 다가오네요. 그것은 공갈을 거짓이나 협박의 의미로 사용했기 때문일 겁니다. 

우선 함창은 지명입니다. 상주의 함창읍 오봉산 일대를 중심으로 가야 고분군이 있습니다. 함창은 가야 시대와 관련이 있습니다. 6가야 중 한 곳인 고령가야(古寧伽倻)가 있었던 곳입니다. 고령가야(高寜伽耶)와는 다른 가야입니다.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에 따르면 6가야는 각각 인공으로 만든 저수지를 중심으로 발전합니다. 함창의 고령가야를 조선상고사에서는 고링가라로 읽습니다. 이 고링가라가 함창에 있던 저수지를 바탕으로 발전하게 되는 겁니다. 그 저수지를 바로 고링가라 못이라고 했다는 설명입니다. 

6가야의 저수지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저수지가 바로 이 고링가라 못이라고 하니 역사적 가치도 높습니다. 그 ‘고링가라 못’의 이름이 변형되어 남아있는 것이 바로 상주모심기 노래의 ‘공갈 못’인 셈입니다. 지금은 규모가 축소되고 다양한 변천을 거쳤다고 하니 예전의 정취는 아닐 수 있겠습니다. 찾아본 사진 속 공갈 못에 연꽃이 보이네요. 신채호 선생도 조선상고사에서 공갈 못 속의 연꽃과 연잎은 수천 년 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쓰고 있습니다. 무상한 가야의 흔적을 보기 위해서라도 공갈 못에 가 보고 싶습니다. 가서 상주모심기를 불러 볼까요. ‘상주 함창 공갈 못에~’ 감흥이 제대로 일 듯합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