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천국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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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천국이 따로 없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1.12.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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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종교를 믿는 많은 사람의 소망은 천국이나 천당에 가는 것입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좋은 곳이라고 하니 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고통스러우니 다음 세상에서는 꼭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반영된 것이겠죠. 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이나 다음 세상에서는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래도 사람들이 내세에 대한 확신은 있는 것 같아 놀랍습니다. 별로 종교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도 내세는 은연중에 믿고 삽니다. 좋은 곳으로 가기 바라는 거죠.

어떻게 하면 천국에 갈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천국에 가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합니다. 종교는 그 물음에 답을 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종교를 찾는 것이겠죠. 종교마다 약간씩은 차이가 있겠으나 대부분은 비슷합니다. 종교가 결국은 하나로 통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른 종교와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종교라면 좀 의심을 해 봐야 합니다.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천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주로 다음과 같습니다.

살면서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많이 베풀고, 배려하면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착하게 살고,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천국에 가는 건 쉬운 일입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마저 용서하고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원수를 미워하고, 복수를 계획하면 사실 괴로운 것은 자신입니다. 용서는 그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라는 말이 참으로 맞습니다.

아픈 이를 보면 고쳐주려고 하고, 힘든 이를 만나면 몸소 도와주려고 하면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돈으로 돕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으나 내 몸으로 돕는 게 더 중요합니다. 내 작은 힘으로 그에게 힘이 된다면 기쁜 일입니다. 살면서 느끼는 보람입니다. 나도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자각, 그것을 인정받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습니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욕심이야말로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돈 욕심으로 가족도 친구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금 더 가지려는 마음 때문에 천국은 멀어집니다. 성(性)의 욕심도 말할 나위가 없겠죠. 지나친 욕심으로 수많은 관계가 망가집니다. 천국을 이야기할 때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라는 이야기가 늘 따라오는 이유일 겁니다. 

생각해 보면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행복의 상징 파랑새를 찾으러 다니다가 끝내 못 찾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에 파랑새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는 것은 우리 모두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는 잘못 알려진 속설이라고 합니다만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임에 비해서,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는 말은 감동적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믿고 삽니다. 그런데 모든 세 잎 클로버가 행복일까요? 분명 그 가운데는 힘들고, 고통스럽고, 슬프고, 아픈 일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행복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순간을 삶의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될 때, 그 때 비로소 행복한 삶이 될 겁니다. 

행복이 가까이에 있다는 말은 달리 표현하면 천국이 가까이에 있다는 말입니다. 천국에 가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많은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쩌면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천국으로 갈 수 있습니다. 아니 천국에서 살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천국이 되는 겁니다. 많은 종교는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겁니다. 천국에 가려고 노력하면 지금이 천국이 됩니다. 내가 천국의 시작이 됩니다. 나도 내 주변도 모두 천국이 됩니다.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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