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밝은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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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밝은 미래를 위해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1.06.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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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과거라고 하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미래라고 합니다. 불교에 관한 책을 읽다가 하녀였던 푼니카라는 성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푼니카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머니도 아기 때 세상을 떠난 고아였으며 하녀로서 힘든 생활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늘 비참하였기에 분노 가득한 표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죠.

어느 날 부처님의 법문을 들었는데, 성냄의 원인이 과거나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푼니카는 변화합니다. 이렇듯 우리의 노력에 따라 화의 원인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그 후 푼니카는 사람들에게 친절하였으며 많은 이의 존경을 받고, 깨달은 이가 됩니다. 현재가 변하면 과거도 변하고 미래도 변합니다. 나의 지금을 바꾸려 노력하면 과거의 어두움은 지금의 나를 만든 거친 씨앗이 됩니다. 물론 다가오는 미래는 나를 밝게 인도합니다. 

과거를 순우리말로는 옛날이라고 합니다. 옛날이라고 하면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옛날은 상대적이어서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아이들도 “내가 옛날에 어렸을 때는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웃깁니다. 지금도 어린데 어릴 때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옛날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더 어렸을 때가 있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고, 하루라도 전 날이면 옛날인 것도 맞습니다. 아이들이 말을 정확히 쓴 셈입니다. 

미래라는 말은 굳이 우리말로 하자면 앞날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날을 모른다는 말이 미래를 의미합니다. 우리말에서는 내일이라는 말도 현재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내일은 옛말을 살펴보면 ‘올제’ 정도로 찾을 수 있습니다. 고려 시대의 문헌인 계림유사라는 책에서 추정이 가능합니다. 우리말에서 때를 나타내는 말에는 ‘제, 적’이 주로 담깁니다. ‘어릴 적, 어릴 제’가 그렇습니다. 때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날을 나타내는 말에는 ‘어제’와 ‘그제’가 있습니다. 지금을 나타내는 표현으로는 ‘이제’가 있습니다. 아마도 내일을 나타내는 말은 앞으로 올 때라는 의미에서 ‘올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한자어로 ‘내일’을 사용합니다. 전에는 ‘명일(明日)’이라는 말도 사용하였습니다. 명일이라는 말을 보면 긍정적인 생각이 보여서 좋습니다. 내일을 밝은 날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물론 내일이 되면 해가 뜬다는 생각에서 명일이라고 했을 겁니다. 새벽이 오고 어둠이 물러가면 해가 뜹니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겁니다. 새 날이 내일인 셈입니다. 사실 ‘새’라는 말도 해와 관계가 있습니다. 밝다는 뜻입니다. 밝을 명(明)에도 해 일(日)이 들어 있습니다. 내일은 밝은 날입니다. 밝아야 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날입니다. 

저는 저의 옛 제자를 부를 때 ‘밝은 미래’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자의 편지에서 따온 말이었지만, 희망을 담아서 ‘밝은 미래’라고 불렀더니 제자는 스스로의 미래를 밝게 보는 듯했습니다. 부르는 저의 마음도 좋았습니다. 미래는 바뀝니다.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따라서, 현재의 내 모습에 따라서 앞날의 모습은 밝아집니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앞으로의 내 상태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여 우울해하고 화를 낼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밝습니다. 내일도 밝습니다. 그게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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