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지나쳐서 보지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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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지나쳐서 보지 못한 것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8.10.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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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지나치다는 말은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지나가는 것이고, 하나는 넘치는 것입니다. 두 의미는 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어떤 지점을 넘어갔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넘치다는 의미의 지나침은 우리에게 늘 반성을 줍니다. 지나간다는 의미의 지나치다는 우리에게 아쉬움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나친 욕심은 항상 문제죠. 한자어에서도 과욕(過慾)이라는 말로 조심하게 하였습니다. 사실 욕(慾)이 나쁜 것은 아니지요. 욕에는 좋은 게 더 많습니다. 아니 욕이 없다면 인간은 살 수가 없습니다. 식욕이 없다면 어떨까요? 성욕이 없다면 어떨까요? 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고 삶의 원동력입니다. 욕은 꼭 필요한 겁니다.

욕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습니다. 잠을 못자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수면욕을 잃어버린 겁니다. 어쩌면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에 빼앗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식욕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입맛이 없다고도 하고, 밥맛이 없다고도 합니다. 섭식에 장애가 생긴 겁니다. 억지로 먹으면 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점점 말라갑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고, 먹고 싶은 게 없고, 잠이 안 옵니다. 적당한 욕심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욕은 우리를 오히려 힘들게 합니다. 지나친 식욕, 지나친 금전욕, 지나친 명예욕, 심지어 지나친 사랑도 문제가 됩니다. 우리는 지나친 욕심을 집착이라고도 합니다. 심지어는 지나친 예의나 공손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과공비례는 그럴 때 쓰는 말일 겁니다. 지나친 공손도 예의가 아니라는 말이니까 말입니다. 지나침보다는 약간 남기는, 약간 부족한 듯한, 약간 모자란 듯 사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저는 지나치다의 또 다른 의미에 마음이 갔습니다. 치열하게 살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지나친 경우가 많습니다. 일을 지나치게 하는 것도, 돈을 지나치게 버는 것도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지나친 우리의 욕심 때문에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은 무엇일까요? 지나쳐 버린 것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시간이 있을 겁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세월이 내 지나침 때문에 지나가 버렸습니다. 지나친 시간이 소중한 것은 그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들은 내가 지나치게 일을 한 것은 가족을 위해서라고 항변합니다. 일을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일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효도를 하려고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 주시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고 싶은데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버렸습니다. 도대체 아이들과 함께 지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여행도 가지 않았고, 함께 본 영화도 없습니다. 아이들 친구 중 이름을 아는 아이가 없네요. 연락이 뜸해진 어릴 적 내 친구는 이미 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가족을 위한 것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는 지나침으로 그렇게 지나쳐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라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지나치게 무엇에 몰두함으로써 잃어버리는 것이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니 시간을 내어서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기 바랍니다. 지나치지 말아야 할 시간이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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