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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혼자와 신독(愼獨)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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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26  11: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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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인생에서 정말로 괴로운 단어를 이야기하라고 하면 주저 없이 ‘혼자’와 ‘신독(愼獨)’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혼자라는 단어는 듣기만 하여도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서 철저히 외로움을 느껴본 사람은 혼자의 고통을 알 겁니다. 아니 잠깐만 혼자 버려진 느낌을 받아도 괴롭기 짝이 없을 겁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괴롭습니다.

한편 고전(古典)을 읽노라면 수없이 등장하는 어휘가 혼자 있을 때 스스로 삼가라는 의미의 신독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마음을 다스리고 행동을 조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성인(聖人)의 경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흐트러지는 스스로를 쉽게 발견합니다. 당연히 두려운 마음에 나쁜 짓을 하지 않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건 신독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잘못하면 따돌림을 당하거나 미움을 받을 수 있어서 나쁜 행동을 안하는 게 착한 일이라고 하기 어려울 겁니다. 마음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는데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고 신독은 아니겠죠. 실제로 나쁜 행동하지 않은 이유는 사람과의 관계가 주는 엄밀함과 두려움 때문입니다. 깨달음은 아니죠.

그러기에 옛 성인들은 평상시 사람들 속에서의 행위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을 겁니다. 그것은 깨달음이나 지혜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에 겁을 먹은 것이기 때문에 그리 칭찬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본 겁니다. 오히려 위험은 혼자 있을 때 일어납니다. 겉으로는 인(仁)인 척, 자(慈)인 척 하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또 다른 죄를 짓고 있고, 어떤 순간에는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신독의 문제는 괴로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신독을 어기는 것을 짜릿함이나 해방감으로 포장했을 겁니다. 신독을 어기는 마음을 자유로 여기고, 신독을 벗어난 마음을 용기라고 이야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신독을 어기지 않으면 실제로 죄를 지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홀로 있을 때 마음속으로라도 죄를 짓지 않는다면 더 큰 잘못을 저지를 것 같은 두려움이 무섭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는 내 가식(假飾)을 나의 모습이라고 말하며 삽니다. 가식을 줄이는 게 신독으로 다가가는 길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분명히 신독은 어렵지만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홀로 있을 때 나를 지키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혼자 있지만 외롭지 않을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역설적이게도 두 가지 문제의 답은 통합니다.

바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겁니다. 홀로 있을 때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요? 나의 아슬아슬함을 지켜주는 모습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모습이기도 하고, 친구의 모습이기도 하고, 내가 믿는 신앙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조금 어려운 말로는 진리일 수도 있습니다. 혼자 있을 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신독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혼자 있을 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외로움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혼자라는 말은 ‘하나’라는 말과 통합니다. 하나니까 혼자이겠죠. 그런데 하나가 자기의 존재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한낱’이 되고 맙니다. 한낱은 하나하나가 낱낱이 흩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그게 외로움의 원인이 되고 두려움의 이유가 되는 겁니다. 하지만 하나가 다른 사람과 같이 있다고 생각하면 ‘함께’가 됩니다. ‘함께’라는 말도 원래는 ‘한’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나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홀로 있어도 두렵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혼자와 신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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