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추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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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추석을 말하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8.09.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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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조상을 만나는 추석은 한민족 최대의 명절, Korean Thanksgiving Day

▲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추석은 우리민족의 가장 큰 축제입니다. 설날도 중요한 날이지만 추석이 가장 큰 명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설날은 양력과 음력 1월 1일로 지내는 사람이 나뉘고 있는 형편이기도 합니다. 설날은 중국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날입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 학생들도 대부분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인지 설날을 ‘Chinese New Year’라고도 하죠.

그런데 중국인에게 추석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추석이 제일 중요한 나라는 바로 한국입니다. 그야말로 한민족 최대의 명절이죠. 저는 추석을 풍성하게 더 잘 지내서 세계인들이 ‘Korean Thanksgiving Day’로 부르기 바랍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추석이 있는 주는 쉬는 것도 방법이 될 겁니다. 그러면 교통체증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추석에 여행도 다니고, 부모님과 친지들도 만나는 겁니다. 중국의 춘절이 세계적인 축제의 날이 되는 것도 긴 휴일에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추석 절기에 지방마다 축제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에 홍보도 더 해야겠죠.

추석은 고마움을 표하는 날입니다. 추수에 대한 감사를 표시하는 거죠. 조상에게 감사를 표하는 날이고, 달리 말하면 효도의 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추석(秋夕)이라는 말을 보면 저녁이라는 의미의 ‘석(夕)’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말은 추석이 ‘저녁’과 관계있음을 보여줍니다. ‘달’과 관계가 있는 날이겠죠. 설날이 해의 날이라면, 추석은 달의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을 저녁에 고마움을 표하고 소원을 비는 거죠.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은 꼭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달님은 기원의 대상이었습니다. 어둠을 비추어주는 귀한 존재이지요. 마음의 어둠도 환하게 비출 겁니다.

차례나 제사를 너무 엄숙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관혼상제(冠婚喪祭) 중에서 상(喪)만 슬픈 것이고 나머지는 좋은 겁니다. 제사도 좋은 거죠. 제사는 길례에 속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조상을 기억하는 날인데 슬플 이유가 없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방식은 다양하고 다르겠지만, 즐겁게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신 조부모나 부모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뿌리를 아는 시간도 될 겁니다. 옛 사진도 보고, 비디오도 보면 어떨까요? 우리가 추억하지 않으면 조상은 더 이상 조상이 아니게 됩니다. 모르는데 어떻게 조상이 되겠습니까?

그런데 명절이 무섭고 귀찮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이유 중에는 말의 문제도 있습니다. 말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겁니다. 어떤 말이 좋은 말일까요? 듣는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이 해야 할 말이고, 듣는 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말이 하면 안 되는 말입니다. 간단하죠. 예를 들어서 칭찬은 해도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칭찬도 방법이 있습니다. 무조건 칭찬하면 안 됩니다. 칭찬의 기본은 관심입니다. 어디가 바뀌었는지도 보고, 어떤 칭찬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잘못하면 칭찬도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보통 말이라고 하지 않고 소리라고 합니다. 우리말에서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소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말 같은 소리를 해라라는 표현이 나왔죠. 잔소리는 해서는 안 되는 말입니다. 너 잘 되라고 한 말이라고 하는데 듣는 사람에게는 말이 아니라 소리일 뿐입니다. 큰소리가 나서도 안 되겠죠. 꼭 명절 때 싸우는 집안이 있습니다. 서로가 기분 나쁠 만한 말을 하고, 서로를 무시하는 말을 합니다. 케케묵은 서운한 이야기를 꼭 명절 때 합니다. 명절 때는 좋은 이야기만 하세요. 물론 헛소리도 하면 안 되겠죠. 술도 지나치게 마시면 헛소리가 나옵니다.

추석에 조상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이 깊어지기 바랍니다. 서로에게 따듯하고 위로가 되는 말이 넘쳐나기 바랍니다. 추석이 더 기다려지는 날이 되기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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