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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과거를 보는 눈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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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2  10: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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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입니다.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생각 때문에 흔들리고 괴로워하는 것도 인간입니다. 생각 때문에 기쁘기도 하지만 생각 때문에 한없이 슬프기도 합니다. 모든 생각이 똑같은 게 아닙니다.

우리는 어제를 생각하기도 하고 내일을 생각하기도 하죠. 과거를 생각하는 것을 회상이나 후회라고 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을 희망이나 계획 또는 걱정이라고 합니다. 생각은 머리로도 하지만 눈으로도 합니다. 눈은 우리 생각의 방향을 보여줍니다. 눈만 봐도 언제 일을 생각하는지 대강은 알 수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를 생각할 때는 보통 왼쪽 눈이 위로 올라갑니다. 반대로 다가올 일을 생각할 때는 오른쪽 눈이 위로 올라갑니다. 물론 눈이 올라가지 않은 채 생각에만 잠기는 경우도 있죠. 억지로 다른 방향으로 눈을 올리려고 하면 피곤해지기만 합니다. 이렇게 생각에 따라 올라가는 눈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은 아마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과거와 미래는 기억의 창고가 달리 마련되어 있나 봅니다. 기쁜 일과 슬픈 일의 기억 창고도 다를까요?

우리는 언제 과거를 생각할까요? 일단 나이가 들수록 과거를 생각하는 비율이 많아질 겁니다. 돌아볼 일이 많고 후회나 회한도 많기 때문이겠죠. 과거의 특정한 부분은 자꾸만 생각이 날 겁니다. 그러한 생각이 차곡차곡 쌓여있을 겁니다. 그래서 힘이 들 때 옛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추억이 떠오르고, 옛일이 생각나고 후회가 많아지면 지금 내가 힘든 겁니다. 그럴 때 우울해지기도 쉽습니다. 너무 과거 속에 빠져있어도 안 된다는 말입니다. 과거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면 의도적으로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하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젊을수록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겠죠. 앞일에 대한 걱정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희망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적당한 걱정은 계획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지만 지나친 걱정은 현실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역시 지나친 걱정도 우리를 우울해지게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일에도 걱정을 합니다. ‘만일(萬一)’이라는 말은 ‘만에 하나’ 즉 ‘만 분의 1’이라는 의미입니다. 걱정과 희망의 조화(調和), 걱정을 희망으로 만드는 힘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하면 좋겠습니다. 현재를 바꾸면 미래도 바뀝니다. 걱정을 줄이는 방법은 지금 일을 하는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재를 사는 거죠.

나이 드신 분들이 기억을 잃을 때 최근의 일부터 잃게 된다는 것은 특이한 일입니다. 최근에 일어난 일이 기억에 생생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아마도 옛 기억은 자신의 속 깊이 박혀 흔들리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바쁜 현실에서는 들여다보지 못하지만 현실을 놓아버리면 과거로 흘러가게 됩니다. 돌이키고 싶은 일과 잊고 싶지 않을 일은 기억 속에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어떤 기억이 가장 오래까지 남게 될까요? 알 수는 없지만 궁금하기도 합니다. 과거의 기억이 잊고 싶지 않은 기쁨이면 좋을 텐데, 아쉬움이 많을 것 같아 벌써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합니다.

요즘 저는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부모님과 어딘가 여행을 갔던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은 기억이 없는 게 아니라 여행을 간 일이 별로 없는 겁니다. 어려웠던 시절이지요. 그래도 파편처럼 남아있는 어릴 때 기억이 씁쓸하면서도 좋습니다. 아이들과 여행을 갔던 기억도 납니다. 이건 기억에 많네요.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아이들에게 추억을 주고 싶었는데 좋은 기억이 되었기 바랍니다. 생각해 보니 제 기억 속에는 슬프고 괴로운 일과 여행의 추억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기쁜 기억이 많아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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