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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조선어라는 말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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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1  1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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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우리는 고구려 말을 고구려어라고 하고, 백제 말을 백제어라고 하고, 신라 말은 신라어라고 합니다. 물론 고려의 말은 고려어라고 하죠. 이렇게 당연해 보이지만 조선의 말은 조선어라고 하기에는 좀 거리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선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성계가 세운 조선이 있고, 지금 북쪽에 있는 조선이 있습니다. 조선어라고 하면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는 한국어라는 명칭이 아주 일반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종종 사용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왜냐하면 한국어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의 말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조선의 말이 조선어인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북측의 말은 한국어가 아니며 고려시대의 말이나 삼국시대의 말도 한국어가 아닙니다. 생각보다는 어렵습니다. 물론 북쪽을 국가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북의 화해가 계속되고, 언어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려면 ‘북한, 북한어, 한국, 한국어, 조선, 조선어, 남조선, 남조선어’ 등의 용어 사용에 대한 정의 및 합의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북미, 미북, 조미’ 회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북미라고 하였지만 북쪽을 국가로 인정한다면 조미가 맞는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북쪽보다 미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미북’이라는 표현을 선호하였습니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에서라면 북한이라는 용어가 맞을 겁니다. 마찬가지의 입장에서라면 남조선이라는 표현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도 남쪽을 괴뢰집단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측을 국가로 인정하는 입장이라면 표현에 더욱 신중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학문적인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저는 북한이 국가라는 현실적인 인식에 바탕을 둔다면 조선이라는 국명을 용어로 사용하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조선에서 사용하는 말 역시 조선어라는 용어가 적절할 것입니다.

한국어라는 용어의 사용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곳이 많습니다. 특히 조선과 교류가 있는 중국의 학자들은 한국어라는 용어가 불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서는 조선족의 말은 중국조선어라는 용어로 칭하기도 합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한국어, 조선어, 코리아어’라는 용어를 복합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코리아어가 고민 끝에 나온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쪽도 북쪽도 아닌 명칭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면 코리아기를 드는 것도 명칭에 대한 고민 때문일 겁니다. 코리아가 점점 남북한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코리아라는 말이 우리말이 아니어서 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이왕이면 우리말에서 적절한 어휘를 찾아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말과 관련된 학회를 보면 한말, 배달말 등의 표현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글이 한글이니까 말은 한말이라고 하는 게 어떤가 하는 입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의 한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서로의 이해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겁니다.

남북의 언어는 이질화가 이루어졌지만 생각보다는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남쪽 사람이 북쪽의 방송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고, 북쪽에서도 남쪽의 드라마를 보는데 큰 어려움은 없는 듯합니다. 어찌 보면 경상도나 전라도 방언보다 이해하기 쉬운 게 아닌가 합니다. 당연히 두 개의 언어라기보다는 방언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죠. 이질화되어 있는 부분에 대한 서로의 인식이 이루어지면 소통에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앞으로 조금 더 자주 만나고, 조금 더 널리 소통한다면 한국어냐 조선어냐에 대한 명칭의 고민도 사라질 수 있을 겁니다. 한동안 논의하기조차 껄끄러웠던 문제를 이렇게 지면에서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점만 해도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는 소통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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