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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우리말로 깨닫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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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8  1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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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점점 ‘내가 어릴 때는’이라는 표현을 자주 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세상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쓰게 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그 이전의 선조(先祖)보다 우리가 훨씬 자주 하는 표현이 ‘내가 어릴 때는’이 아닐까 한다.

내가 어릴 때와 지금이 놀랄 만큼 변하는 일이 많아야 이 표현을 쓸 수 있다. 어릴 때 있었던 것이 없어졌거나, 없었던 것이 생겨나야 하고, 계속 있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변해야 한다. 내가 어릴 때는 컬러텔레비전도 없었다. 물론 더 어릴 때는 집에 텔레비전이 없는 집도 많았다.

우리 집에도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텔레비전이 생겼다. 스마트폰은 상상 과학 속에 있는 물건이었다. 남산에 있는 어린이회관에 가서 화상통화를 한다고 줄을 섰던 기억이 있다. 전화기에 선이 없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고 혼이 났었다. 필름이 없는 사진기가 생길 거라고 이야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내가 어릴 때 듣던 말 중에서 가장 황당했던 것은 물을 사 먹는 나라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얼마나 물이 부족하면 물을 사먹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고, 불쌍한 마음이 한 가득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제 물을 사 먹는다. 수돗물은 믿어도 된다고 해도 사람들이 잘 안 먹는다. 이제 아이들에게 컴퓨터 이야기를 하면서 디스켓 설명을 오래 해야 한다. 386 세대의 어원을 설명하다가 포기하고 만다. 386과 컴퓨터가 관계가 있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

집에 비디오테이프는 있는데 비디오 플레이어가 없다. 결혼식 때 찍은 비디오는 볼 방법도 없다. 물론 방법이야 찾으면 있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정성이 생기지 않는다. 카세트테이프와 시디도 마찬가지다. 점점 틀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비디오를 빌려 본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도대체 ‘내가 어릴 때는’이라는 말이 없이는 대화가 안 된다.

내가 어릴 때는 왕따라는 말도 없었고, ‘혼밥’이라는 말도 없었다. 왕따를 만드는 놈이 나쁜 놈이고, 그런 놈하고는 잘 안 놀았다. ‘혼밥’은 청승맞음의 상징이었다. 내가 어릴 때는 파란 하늘이 당연하였고, 미세먼지라는 말조차 없었다. 그런데 초미세먼지라는 말까지 돌아다니고 있다. 과학책에서나 볼 어휘가 실생활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종종 정수기, 공기청정기 때문에 물과 공기가 나빠진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20세기를 지나면서 희한한 ‘세기말’ 현상도 나타났다. ‘Y2K’라는 말이 유행하였고, 그 이름을 딴 아이돌 그룹도 있었다. 휴거라는 말이 영어인 줄 아는 사람도 많았던 시절에 휴거를 준비한다고 모인 사람들도 있었다. 21세기가 정말 올까 하고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기도 했었던 때였다. 그러나 아무 일 없이 21세기는 왔고, 세상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정보화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인터넷 속도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아이들은 인터넷 속도, 프린트 속도 때문에 답답증에 걸릴 것이다.

물론 흥미로운 일도 많이 생겨났다. 내가 어릴 때는 한류라는 말도 없었고, 당연히 한류스타도 없었다. 한국 사람을 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이렇게 많아질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세상은 4차 혁명이라는 유행어와 함께 더 빠르게 바뀔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정말 궁금하다. 즐거운 궁금증이다. 지금의 아이들이 ‘내가 어릴 때는’하고 말할 때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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