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안 씻는 것도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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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안 씻는 것도 문화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7.05.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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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우리는 문화를 판단한다. 문화는 판단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문화는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좋은 문화와 덜 좋은 문화는 모두 내 관점에서 시작된다. 그 사람의 관점에서는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다른 문화에서 보면 우리 문화는 늘 낯설고 이상하다. 이상하다는 말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낯설다는 말 역시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르다는 말을 이상하다든지 낯설다고 표현한 것이다.

한동안 우리는 씻는 문제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아 왔다. 예전에 일본인들은 한국인은 씻지 않는 민족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안 씻는 게 지저분해 보이고 더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안 씻는 것도 문화다. 우리도 한동안 중국인을 안 씻는다고 무시하기도 했다. 물론 중국이 워낙 넓고, 인구가 많은 나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언급자체도 정확성이 떨어진다. 아마 중국의 어떤 지역은 덜 씻지만 어떤 지역은 아주 자주 씻을 것이다.

안 씻는 것에도 이유가 있고, 씻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 어떤 학자들은 아예 과학적인 이유를 들어서 씻는 것을 반대한다. 예를 들어서 이빨을 자주 닦으면 이빨의 에나멜이 벗겨져서 이를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이들은 이런 주장을 잘 습득하여 부모께 써 먹는다. 이빨 닦고 자라는 부모의 말씀에 과학적인 응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으이그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미 많이 들은 이야기겠지만 몸의 때를 벗기는 것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피부에 좋지 않다는 의견 때문에 때밀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때를 밀지 않으면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씻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의 역사는 오래 되었다. 피부를 자연의 상태로 두어야 건강하다고 믿는 경우도 있었다.

향수가 발달한 민족의 경우에 덜 씻는 민족이 많다는 보고(피터 콜릿, 습관을 알면 문화가 보인다)는 향수 사용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한다. 몸 냄새를 숨기려는 태도라는 것이다. 하긴 어떻게 보면 자주 씻는다면 향수가 덜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깨끗이 씻고 난 자신의 고유한 향기가 더 좋을 수도 있다.

안 씻는 문화의 민족은 주로 춥고 건조한 기후라는 공통점이 있다. 습하지 않으니 씻는 일이 줄어들 수 있겠다. 반대로 덥고, 습하고 비가 많은 기후라면 안 씻기 어려울 것이다. 당연히 자주 씻을 수밖에 없다. 조사는 안 해 봤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겨울보다는 여름에 훨씬 많이 씻을 것으로 판단된다. 춥고, 건조한 겨울보다는 덥고 습한 여름에 훨씬 많이 씻을 수밖에 없다. 물이 귀한 곳인가의 여부도 씻는 문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물이 귀한데 샤워를 돌아가면서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씻더라도 손이나 발 정도만 씻는 문화일 수밖에 없다.

문화적으로 보자면 신체 접촉이 많은 문화인지도 씻는 습관에 영향을 줄 것이다.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고, 입맞춤을 하는 인사 문화에서 안 씻는 것은 상대방에게 괴로움을 줄 수 있다. 악수를 많이 하는 문화라면 당연히 손을 자주 씻어야 할 것이고, 포옹을 하는 문화라면 자주 목욕을 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향수라도 뿌려야 할 것이다. 입맞춤을 자주하는 문화라면 양치의 생활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식사 문화도 씻는 문화에 영향을 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으로 먹는 문화인가, 숟가락이나 젓가락, 포크 등을 사용하는 문화인가의 차이점이다. 손으로 먹는 문화인데 손을 안 씻고 식사하는 게 가능할까? 당연히 식사 전이나 후에 손을 반드시 씻어야 한다. 주로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식사 전후에 손을 씻는 일은 거추장스럽게 생각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쌈을 먹을 때는 손을 씻지 않고 먹기를 힘들었을 것이다.

씻는 것도 안 씻는 것도 문화다. 그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물론 시대가 바뀌어서 나와 다른 수많은 외국인을 만나게 되고, 인사 방법이 바뀌고, 황사에 미세먼지에 오염된 세상에서 산다면 자신을 위해서도 상대를 위해서도 씻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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