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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우리말로 깨닫다] 주스 주세요!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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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0  08: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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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우리말 표기법에서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외래어 표기법이다. 어떤 사람은 외래어 표기가 원어 현지 발음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외래어는 근본적으로 한국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렌지의 발음이 현지어와 많이 다르다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렌지는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 외래어이기 때문에 영어처럼 표기할 필요성이 낮다.

특히 한국어에서는 발음이 구별되지 않는 음운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 외래어 표기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가능하면 외래어를 현지어 발음과 비슷하게 표기하고 사용한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굳이 전혀 다른 발음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어떤 사람은 외래어 표기법이라는 용어와 로마자 표기법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전혀 다른 말이다. 로마자 표기법은 우리말을 로마자로 표기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부산이라는 도시를 로마자로 표기할 때, Pusan이라고 할지 Busan이라고 할지 결정하는 게 로마자 표기법이다. 로마자 표기법도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고, 많은 논쟁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말을 로마자로 표기했을 때 외국 사람들이 정확하게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부산의 로마자 표기도 그래서 문제가 되었다. 물론 이 논의에도 한계가 있다. 로마자 표기를 읽는 방법도 언어권마다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우리가 노력하여 표기법을 만들어 놓아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일일이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외래어 표기법 중 가장 많이 틀리는 어휘로는 ‘주스/쥬스, 초콜릿/쵸콜릿, 텔레비전/텔레비젼’ 등이 있다. 틀리는 이유로는 영어의 발음의 영향을 들 수 있다. 예전에는 오히려 잘 틀리지 않았는데, 영어 발음 공부를 많이 한 요즘에 더 틀리는 표현이 되었다. 왜냐하면 영어 발음처럼 하다보면 ‘쥬, 쵸, 젼’이라고 하는 게 원어에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외래어의 발음 자체를 영어처럼 하려고 혀를 굴리는 경향도 나타난다.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외래어를 영어처럼 발음하는 게 오히려 문제다. 영어로 말할 때는 당연히 발음에 신경을 써서 더 원어민처럼 발음해야 하지만 한국어로 말할 때는 외래어는 한국어 발음체계 내에서 발음하는 게 맞다. 당연히 한국어에 없는 /r/, /f/,  /v/, /z/ 같은 발음을 굳이 원어 발음처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그럼 우리는 왜 주스와 쥬스가 헷갈릴까? 그리고 왜 한국어 맞춤법에서는 주스를 맞는 것으로 정했을까? 맞춤법은 표기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한 이유를 알아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우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한국어의 지읒, 치읏 다음에는 이중모음이 발음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쟈, 져, 죠, 쥬는 한국어에서 발음할 수 없는 표기다. 챠, 쳐, 쵸, 츄도 마찬가지다. 

한국어에서 져나 죠, 쳐가 쓰이는 예들도 있는데 이것은 모두 줄임말인 경우이다. 예를 들어 ‘가져’는 ‘가지어’가 ‘가져’가 되었기 때문에 그 모양을 보여주기 위한 표기이다. ‘가죠.’는 가지요를 줄여서 쓴 것이다. 쳐 들어가다의 경우도 ‘치어’가 줄어들었기에 이를 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발음으로 본다면 저와 져, 조와 죠, 처와 쳐를 구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 구별하여 발음해 보라. 가저와 가져를 구별하여 발음하려고 하면 ‘져’를 부자연스럽게 굴리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어 외래어 표기법에는 아예 지읒과 치읓 다음에 ‘야, 여, 요, 유’를 쓰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외국의 지명을 표기할 때도 이 원칙은 적용된다.  미국의 뉴저지도 뉴져지가 아니다. 미국의 죠지아 주도 조지아 주로 써야 한다. 사람 이름도 마찬가지다. 존, 제임스, 찰스, 제인, 줄리엣 등으로 써야 한다. 이런 원칙을 기억하기 위해서 ‘주스 주세요.’를 외워 두면 편리할 수 있다. 주스는 ‘주’라고 해야 한다는 원칙을 기억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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