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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우리말로 깨닫다] 새해, 참 좋다
조현용 교수  |  iiejh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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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31  09: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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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원장)

좋다’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좋다는 말을 해 보면 이 말은 그대로 감탄사가 된다. ‘아, 좋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좋다가 아닐까 싶다. 하루에 좋다는 단어를 몇 번이나 쓸까? 정말 엄청나게 쓸 것이다. ‘기분이 좋다, 맛이 좋다, 사람이 좋다, 날씨가 좋다, 엄마가 좋다, 그대가 좋다’ 등등.

좋다는 말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한국인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하게도 된다. 우리는 좋은 걸 좋아한다. 우리는 좋은 세상에 살고 싶어 한다. 말 그대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말 ‘좋다’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의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좋아하다’의 뜻이다. 봄이 좋다고 한다든지 엄마가 좋다든지 할 때 쓰는 표현이다. 반대말은 ‘싫다’이다.

좋아한다는 말은 동사이고 좋다는 형용사인 것처럼 구분하지만 좋다는 말에도 동사의 느낌이 있는 경우가 많다. 봄이 좋다는 말이나 봄을 좋아한다는 말의 느낌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자동사인지 타동사인지 정도의 차이로 보인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좋은 일이다. 싫다는 말은 어원적으로 슬프다와 같다. 싫은 게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좋다’의 두 번째 뜻은 ‘훌륭하다’이다. 이 의미의 반대는 ‘수준이 낮다’ 정도이다. 물론 사람들은 그냥 ‘나쁜’을 반대말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회사, 좋은 학교, 좋은 사람이라고 말 할 때는 뛰어나다는 의미를 갖는다. 훌륭하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은 좋은 회사를 다니는 것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좋다는 말이 훌륭하다는 의미로 쓰일 때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좋은 직업이라는 말, 좋은 대학이라는 말이 주는 차별의 느낌을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나에게 좋은 것이 모든 이에게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 또한 내가 잠시 다른 기준에 흔들려서 좋지 않은 것을 좋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거나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늘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세 번째 뜻은 ‘옳다, 바르다’의 의미이다. 이 뜻의 반대말은 ‘나쁘다’이다. 잘 못 된 것을 나쁘다고 표현한다. ‘악’의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편을 가를 때 좋은 편과 나쁜 편으로 나눈다. 사람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눈다. 어릴 때 장난감 비행기를 가지고 놀 때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비행기와 미국 비행기는 좋은 편, 북한 비행기와 소련 비행기는 나쁜 편이라고 구별하였던 기억이 있다.

좋은 편을 우리 편이고 나쁜 편은 무조건 남의 편이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옳은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나쁘게 바라보던 태도에는 씁쓸함도 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도 보인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성악설과 성선설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인간이 원래부터 악한 것을 좋아했는가, 선한 것을 좋아했는가는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선한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좋다’의 의미를 ‘옳다’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착한 행동을 보면 기쁘고 칭찬하여야 한다. 나쁜 일을 보면 슬퍼하고 꺼려야 한다.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자세이다. 잘못을 했으면 죄를 느끼고 반성하여야 한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다른 이에게 베풀고 나누는 삶을 위해서 늘 스스로를 다잡아야 한다. 

새해를 맞아 좋은 나라, 좋은 세상, 좋은 사람을 꿈꾸어 본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서 참 좋다는 말이 나오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면 하루 고생한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참 좋다는 말이 나왔으면 한다.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참 좋은 세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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