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풍류 정신문화의 신명…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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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풍류 정신문화의 신명…③
  • 나채근 영문학박사
  • 승인 2016.10.1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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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신명의 특성
▲ 나채근 영문학박사(영남대학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학과')

우리는 문득 문득 생활 속의 제도화, 구조화에서 오는 회의와 고뇌를 경험한다. 그래서 경직됨과 긴장을 풀고 자신을 놓아버리고 싶은 심정이 들 때가 있다. 이는 인간이 태초에 자연 속에서 느끼는 자유분방함으로 회귀하려는 본능이 우리에게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런 심리로 인해 인류의 원시종교인 샤머니즘(shamanism) 즉 무교(巫敎)는 생겨났을 것이다. 고대로부터 존재했던 무교는 인간의 두려움과 안녕을 다루는 종교로 춤과 노래라는 예술 형식을 빌려 엑스터시를 유도하고 개인으로 하여금 신과 자연과 하나가 됨으로써 위안과 평안을 되찾게 해주었다.

춤과 노래로 어우러진 세계적인 문화축제로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Rio Carnival)이 있다. 이 축제는 리듬과 동작의 파격과 고양된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 올리며 여러 날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속된다. 리우 카니발은 금욕기간인 사순절을 앞두고 즐기는 축제였는데, 춤과 노래를 통해 원초적이고 자연스러운 혼돈상태 즉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망아지경에 빠져 들어 자신을 잊는 동시에 억눌린 감정과 불만을 해소하고 그런 가운데 새로운 질서와 평온함을 찾고자 하였다.

인도의 홀리 축제(Holi Festival)는 2, 3월에 열리는 봄의 축제이며 색채의 축제이다. 힌두 축제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선이 악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지니고 횃불을 켜기도 하고, 서로에게 색 가루나 물을 뿌리며 즐긴다. 이 날은 인도 전역에서 남녀노소가 신분에 관계없이 빨갛고 노란 여러 형형색색의 물감을 몸에 뿌리며 신나게 춤추고 노래 부른다. 카스트제도로 신분이 엄격히 구분되는 힌두 사회이지만 이때 인도인들은 신분의 벽을 허물고 억눌렸던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며 행복과 풍년을 기원하기도 한다.

그리스인들이  벌였던 고대 디오니소스(Dionysos) 축제 또한 인간의 깊은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격정과 황홀감을 공포와 더불어 느낄 때 그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디오니소스의 공포와 환희와 광기를 지니고 해체와 비극적 의지만을 보여준 것이 아니다. 동시에 그 광기를 낙천적이고 외향적이며 풍요로움의 원동력으로 삼기도 하였다. 디오니소스 제전에서 볼 수 있는 야만스러움은 역설적으로 억제와 조화의 아폴로적인 것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즉 디오니소스의 마력을 통해 인간들은 다시 결합하고, 한동안 대립되고 소외되었던 자연과도 화해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굿(Gut) 역시 굿판이 무르익으면서 굿을 하는 무당도 참여하는 관객도 모두 하나가 되어 혼연일체가 된다. 원초적인 혼돈(chaos)상태로 몰입할수록 난장판이 되어 혼란과 무질서는 극에 달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억눌린 감정과 한은 풀리고 씻겨 새로운 안정을 찾게 된다. 여기에는 자신의 한계를 직감하고 초자연과 신에 기대어 힘을 얻고자하는 인간 근원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한민족에게도 태초의 자연이 지니는 자연스러운 상태는 카오스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가식과 규범에 지친 사람들은 원초적인 인간 본성으로 회귀하기 위해 자유분방하고 역동적인 동작으로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이때 자신의 무의식이 열리고 쌓였던 정서들이 해소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느낌과 인식으로 일상에 복귀한다. 이것이 씻김의 미학일 것이다. 한국적 신명은 이러한 과정에 자리 잡은 우리의 정서이고 느낌이었다. 

한민족은 지리적·환경적 특수성으로 인한 군사적 외침과 수난, 신분적·제도적 한계, 유달리 강한 내재적 자기가치감과 타자지향성으로 인해 정신적·정서적으로 억압되어 살아왔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이 한민족이 지닌 억압된 정서인 한이 크면 클수록 그 한을 풀고 해소하려는 격정과 환희도 강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신명이 유달리 강렬한 것은 그것이 지니는 강도와 밀도가 그 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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